“국민들의 고통을 분담하고자 쉬는 주말에도 나와 약국문을 열고 마스크를 판매하는데 빼돌린다고 윽박지르는 분들을 보면 힘이 빠지죠.”

8일 오후 경기 고양시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김모(41)씨는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한참을 하소연 했다.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의 일환으로 정부로부터 공급 받은 공적 마스크는 이미 오전에 동이 났지만 김씨의 약국에는 ‘마스크 있냐’는 질문을 하는 시민들이 허탈하게 발길을 돌렸다.

김씨는 “우리 약국을 찾는 시민들에게 마스크를 모두 공급할 수 없는 안타까움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일부에서는 마스크를 뒤로 빼돌린 것 아니냐는 원성은 도저히 견디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약국이 몰려 있는 일산 동국대병원 앞 한 약사도 “주민등록증까지 확인하고 마스크를 공급하는데 어떻게 빼돌린다는 건지 납득할 수 없지만 간혹 억지를 쓰고 가는 손님들을 보면 한참 동안 멍 해진다”며 “100%라고 장담할 순 없지만 많은 약사들이 고통 분담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 마스크를 빼돌려 판매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시민들의 이같은 의혹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지난 2일 부산시 한 약국에서 공적유통망을 거쳐 배부 받은 마스크를 권고가 1500원이 아닌 3000원에 판매하다 적발됐기 때문이다. 공적 마스크도 일반 마스크와 외관 상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점을 악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당시 부산시약사회가 “직원의 단순 실수로 높은 가격에 판매했다”는 입장을 내놓기는 했지만 분노한 여론을 잠재우기는 어려웠다. 같은 날 서울 시내 한 약국에서도 공적 마스크를 3000원에 판매해 약사회에 민원도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마스크를 사러 나왔다는 이정현(43)씨는 “일부러 외진 약국을 찾아갔는데도 순식간에 마스크는 없다고 하고 정부는 공급했다고 하니 구매자 입장에서는 답답한 마음에 그런 의혹까지 갖게 되는 것 같다”며 “하루빨리 마스크 대란 사태가 잠잠해 지길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고양시약사회 관계자는 “극히 일부의 문제가 대다수 약사들에게 번지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며 “지인들에게 가장 먼저 마스크를 따로 구해 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고 얘기했지만 시민들은 잘 믿지 않는 것 같은 분위기에 허탈감만 더욱 커지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고양 = 원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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