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집 짓기
 미국 작가 데이비드 기펄스가 노년의 아버지를 곁에서 지켜보며 든 감정을 기록했다. 언젠가 필연적으로 다가올 죽음이라는 운명의 무게를 실감하고 중년이 돼 아버지와의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한 고민이 담겼다.
저자는 은퇴한 토목 기사인 아버지와 함께 자신의 관을 만드는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아버지의 작업실에서 함께 관을 만드는 3년 여의 시간 동안 어머니와 가장 친한 친구를 암으로 잃는다. 마음을 추스르기도 전에 이미 두 번의 암 치료를 견뎌낸 아버지에게마저 암이 재발하고 만다.
저자는 온통 죽음으로 둘러싸인 날들을 보내며 죽음과 늙어감, 삶과 인생의 의미를 되돌아본다.
이별의 순간, 그가 아버지와 함께 만든 것은 자신의 관뿐만이 아니다. 1095일 동안 아버지의 작업실에서 앞으로 아버지 없이 혼자 해나가야 할 일들에 대해 배운다.
서창렬 옮김, 368쪽, 1만6000원, 다산책방.

◇지름길을 두고 돌아서 걸었다
박대영 SBS 기자가 우리나라 사계절을 담은 50여 장의 사진과 함께 길 위에서 느낀 감상을 담았다. 마흔 이후의 삶에서 느끼는 인생의 낭만과 행복을 ‘도보 여행’이라는 테마를 통해 자유롭게 풀어냈다. 
감악산 바위틈에 핀 들꽃을 시작으로 숲길, 바닷길, 둘레길 가리지 않고 걸음을 옮기며 그 옛날 같은 길을 걸었던 이들의 삶을 반추해보기도 하고,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새기기도 한다.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혼자 걸었을 때 비로소 제대로 보이는, 소박하지만 특별한 무언가를 발견해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마흔을 넘기면서 남들보다 빨리, 또 남들만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지름길만을 골라 질주해온 젊은 날의 혈기는 사라졌지만, 빙 둘러가는 길을 차분히 걷는 여유가 생겼다.
느긋한 마음과 섬세한 감성으로 써내려간 문장들은 지름길이 아닌 수많은 길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320쪽, 1만5000원, 더난출판.

◇내 인생에 미안하지 않도록
소설가 최문희가 여든여섯 해 삶을 되돌아보며 여자로서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사람과 관계, 인생에 관한 통찰을 진솔하게 그려냈다. 책의 중심 서사는 관계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도 먼 부모 자식 사이, 미움과 사랑이 버무려진 복잡 미묘한 관계의 양상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
삶에 지워진 여러 역할을 감당하느라 오롯하게 ‘내 이름으로 불리는 인생’은 생각지도 못하는 이들에게, 저자의 인생 이야기는 잠시 자신을 둘러싼 관계들에서 한 발짝 물러나있는 그대로 자기 삶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저자는 말한다. “나도 그대들처럼 고단하고 아팠지만, 인생을 살고 보니 행복한 관계의 비결이 다름 아닌 ‘거리’에 있었음을 알게 됐다고. 너무 치대지 말고 거리를 두고 흘러가게 하라고.”
 300쪽, 1만4800원, 다산책방.

◇콜센터 상담원, 주운 씨
박주운씨가 콜센터 상담원으로 일하며 경험한 일을 써내려갔다.
고객의 문의와 민원을 해결하려 고군분투하는 상담원의 모습에서부터 진상 고객이 퍼붓는 막말이나 욕설을 고스란히 받아내고, 자신의 감정을 숨긴 채 감정노동의 중심에 서 있는 상담원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화장실조차 허락받고 가야 하는 현실, 복불복 점심시간, 콜센터 상담원의 진급과 인센티브, 일 잘하는 상담원이 되는 팁과 진상 고객 대처법 등 미처 알지 못한 콜센터의 실상도 알려준다. 
저자는 “성공한 사람의 미담만이 책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개인의 사소한 이야기도 누군가에게 위로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고단한 감정노동은 비단 자신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거란 마음으로 용기를 내 글을 썼다”고 말한다.
전화기 너머 묵묵히 자신의 감정을 어르고 달래며 스스로를 지켜온 그의 이야기는 ‘감정노동’의 대명사로 불리는 콜센터 상담원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다.
224쪽, 1만3800원, 애플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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