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경기도민에게 10만원씩 지급 vs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 30만~50만원 지급’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성격만큼이나 재난기본소득(재난긴급생활비)에 접근하는 방식도 다르다. 박 시장은 취약계층인 중위소득 100% 이하에 해당하는 117만7000가구를 집중 지원하는 반면, 이 지사는 1326만5377명 경기도민에게 1인당 10만원씩 준다.

도대체 어떤 방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코로나19) 사태로 심각한 위기에 처한 서민들의 생계를 돕고, 침체 일변도인 소비심리를 살리는데 도움이 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우선 지급액수와 지급대상이 지방자치단체마다 서로 다른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일률적으로 10만원씩 지급하는 이 지사 방식에 대해 “표심을 잡기 위한 포퓰리즘적 재정 낭비”라고 일갈했다.

재난기본소득이란 기본적으로 소비로 이어져야만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되는 것인데, 보편적으로 모두에게 지급될 경우 소득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도 돈을 받게 돼 있어 당초 목적과 달리 소비 진작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양준모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25일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에 대해 “기본 소득도 안 되고 효과도 없다”며 “어려운 사람에게 도움이 안 되고 재정만 낭비하는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양 교수는 “현재 상황은 돈이 없어서 소비가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사람들이 외출을 꺼려서 그런 것이다. 10만원을 주는 것은 표심을 잡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는 지난 24일 모든 경기도민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했다. 행정안전부가 집계한 2월말 기준 경기도 인구는 1326만5377명으로, 경기도가 재난기본소득에 사용하는 기금은 1조3642억원 규모다.

중위소득 100% 이하인 117만7000가구에 대해 지원하는 서울시(3271억원)와 비교해도 4배 이상 더 많다. 서울시는 기존 정부 지원을 받은 73만 가구는 제외했다. 그 결과 117만7000가구는 서울 전체 가구의 3분의1에 해당한다.

서울시 재난긴급생활비는 1~2인 가구는 30만원, 3~4인 가구는 40만원, 5인 이상 가구는 50만원을 받게 되며, 지역화폐인 지역사랑상품권 또는 선불카드로 지급된다. 경기도 재난기본소득도 지급일로부터 3개월이 지나면 자동소멸되는 지역화폐 형태다.

양 교수는 “한푼이라도 효율적으로 써야 하는 시기”라며 “선심성 지출에 매몰돼 국민도 속고 나라도 속으면, 진짜 어려운 사람에게도 도움이 안 되고 재정만 낭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십시일반 나눠주는 것이 정부지, 이렇게 (경기도처럼) 하는 것은 재정만 낭비하는 것일 뿐이다”고 말했다.

빈기범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도 “재난기본소득이 시행돼도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돈이 소비로 이어져야 하는 것”이라며 “다만 해당 소득이 (실제) 소비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빈 교수는 “(재난기본소득은) 미국 등 세계적으로도 논의되고 있는 제도”라며 “재정건정성 문제가 있어도 몇번 더 해야 될 필요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계로 돈이 가면 이것이 곧 기업으로 간다. 경제가 완전히 동력이 꺼져서 큰불로 다시 촉발시킬수 있어야 한다”며 “지금은 웬만한 경제위기 이상의 심각한 상황으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자체마다 지급액수, 지급방법 등을 다르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중앙정부하고 협의해 일괄적으로 시행하도록 해야지, 시·도마다 다르면 여러가지 논쟁의 여지가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재난기본소득이나 재난긴급생활비를 지자체 차원에서 지급하는 것 자체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소비가 멈춘 것이지 복지가 부족해서 소비를 안 하는 것이 아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소비감소가 문제인데 복지지출을 늘려서 대응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앙정부에 의존하는 형태로 재난기본소득을 진행하는 것이 뻔한데, 정치적 선심쓰기 행위”라며 “중앙정부 차원의 위기대응에 힘을 쏟아야지 정치적인 것에 얽매여 행동하려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황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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