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을 투약한 뒤 카페에서 대낮에 친형을 흉기로 찔로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이 2심에서 감형받았다. 법원은 범행이 잔혹해 죄질이 중하다면서도, 정신질환 등을 앓고 있는 사정을 감안해 정상인과 똑같이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배준현)는 26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53)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원심보다 높은 무기징역형을 구형했지만, 오히려 형량이 줄어들었다.
재판부는 먼저 “사람의 생명은 국가 사회가 보호해야 할 소중한 가치로, 살인죄는 피해회복이 불가능한 정당화될 수 없는 범죄다”면서 “사전에 범행 도구를 준비했으며 수법 자체도 대담하고 잔인했던 점을 보면 죄질도 매우 중하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또 “A씨는 종전에도 여러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데, 2016년에는 이 사건과 같이 마약류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았다”며 “다시 필로폰을 투약한 상태에서 친형을 살해했고, 피해자 유족에게 용서받지도 못했다. 유족은 강한 처벌을 원하는 상태라 엄한 처벌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일반적인 정상인의 범행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범행에 이르게 된 과정을 보면, A씨는 과거에도 수면 장애나 불안장애로 정신과 진료 또는 약물 치료를 받았고, 마약류 위반죄로 처벌받을 때도 정신병이나 양극성 장애, 알코올의존증후군을 앓았다”며 “형집행 이후에도 마약을 단절하지 못했고 지속적으로 치료되지 않은 상태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점을 감안하면 징역 30년이란 원심 판결은 형이 과중하다는 결론이다.
A씨는 지난해 6월7일 낮 12시6분께 인천시 계양구 임학동의 카페에서 대화를 나누던 친형 B(58)씨의 옆구리와 허벅지를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카페 주인의 신고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과다출혈 등으로 끝내 숨졌다. B씨의 딸은 당시 사건을 목격했음에도 피해자가 부친인 사실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고, 사건을 목격한 카페 주인은 가게를 폐업하는 등 정신적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B씨가 자신의 아내에게 마약을 주고 간음했다고 의심하는 상황에서, 자신이 어머니에게 생활비를 빌리는 일도 방해했다고 생각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피고인은 짧은 시간 날카로운 흉기로 10회 이상 피해자를 찔렀으며, 피해자는 저항하다가 흉기로 인해 19곳이 상처를 입었다”며 “피고인은 살인의 고의성이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여러가지 정황상 고의성을 충분히 예견하기 쉽다”고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박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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