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에게 방역 협력을 하고 싶다는 각국 정상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3년 전인 2017년, 문 대통령 당선 이후 정상들로부터 정상회담 요청이 쇄도했던 때를 방불케 하는 모습이다. 
그때는 일종의 ‘상견례’ 성격이었다면 이번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는 것이라 사뭇 다른 양상이다. 미국은 물론 유럽, 중동까지 ‘한국형 진단키트’ 수출을 요청하고 있고 방역 노하우를 공유받기 위해 수화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26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정상통화를 끝으로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관련 정상 통화만 총 10차례를 소화했다. 지난달 20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한·중 정상통화를 시작으로 한·이집트 정상통화(3월5일), 한·아랍에미리트(UAE) 정상통화(3월5일), 한·터키 정상통화(3월6일), 한·프랑스 정상통화(3월13일), 한·스웨덴 정상통화(3월20일), 한·스페인, 한·사우디, 한·미 정상통화(3월24일)를 가졌다.
코로나19 관련 정상 통화 다수가 상대측의 요청에 따른 것이란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집트와 아랍에미리트, 터키 정상과의 통화는 코로나19로 순방이 무산되면서 양해를 구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통화에서는 주로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한 국제 공조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 왕세제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한국의 수준 높고 적극적인 방역조치와 뛰어난 역량을 깊이 신뢰한다”고 평가했다. 압델 파타 알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한국은 세계적으로 위상이 높은 나라인데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그것이 잘 드러났다”고 했다. 레셉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코로나19를 종식하기 위한 한국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프랑스·스웨덴·스페인·사우디아라비아·미국과의 정상 통화는 상대측 요청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한국 정부가 투명하고 효율적인 방식을 통해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있는데 대해 경의를 표한다”며 “프랑스도 한국이 성공적으로 취하고 있는 조치의 우수성과 그 방식을 배우고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는 “성공적인 코로나19 대응 사례로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의 정상통화는 우리 측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외교 일정이 취소되면서 양해를 구하기 위한 차원이었으나 스페인 측에서 더 빨리 통화하고 싶다는 의사 전달이 있었다는 게 당국 관계자의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와 정상 통화도 미국 측의 긴급 제안으로 성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의 코로나19 대처를 위해 의료장비를 지원해 줄 수 있는가”라고 요청하기까지 했다.
2017년 7월 문 대통령의 첫 정상외교 무대에서는 각국 정상들로부터 정상회담 요청이 쏟아졌다. 당시 회담을 요청한 곳은 20여개 국이었고 그중에는 현장에서 예정에도 없던 일정이 추가되기도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독일·중국·일본·러시아 등 9개 국가 정상들과의 양자회담과 유엔사무총장 등 정상급 인사들과의 개별 회동 등 외교 강행군을 벌였다.
다만 이번에는 한국과 방역 협력과 관련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라 청와대 내부에서도 다소 고무된 반응이 감지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국 진단키트 등 의료 장비들에 대해 각국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방역 경험 등 각종 노하우들의 공유를 원하는 것 같다”고 했다. 
문 대통령도 전날 진단 시약 개발 업체를 찾아 진단키트의 수출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표명하는 등 힘 싣기에 나섰다. 
박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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