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생각보다 잘 버텼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코로나19가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시장으로 확산되면서 4월 이후 수출 여건은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 자료를 보면 지난달 대(對)중국 수출액은 107억8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5.8% 감소했다. 올해 들어 3개월 연속 하락세다.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높은 탓에 현지 생산 차질과 소비심리 악화는 우리에게도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중국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 가운데 25%가량을 차지한다. 특히 주력 품목인 반도체와 석유화학, 일반기계 등의 수출 비중이 높다.

그래서 코로나19가 우리 수출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11월 전망치인 5.7%에서 4.9%로 0.8%포인트(p) 내렸다.

다수의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올해 초 전망보다 0.2~1.2%p씩 줄줄이 낮춰 잡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p 빠질 때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 증가율은 최대 0.8%%p 하락하고 총수출액은 2억5000만 달러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 지난달 중국으로의 자동차부품 수출은 53.1%(1~25일 기준) 큰 폭 감소했다. 같은 기간 석유화학(-16.3%), 석유제품(-15.8%), 섬유(-9.4%), 철강(-4.0%) 등 대부분 품목이 부진했다. 산업부는 해당 물량에 대한 수출선을 미국과 EU 등으로 돌리면서 완충 작용이 있었던 것으로 봤다.

품목별로는 석유제품의 대미국 수출은 81.2% 늘었고 EU와 아세안 지역으로의 수출도 각각 78.2%, 19.9% 상승했다. 석유화학의 경우 미국과 아세안 수출이 각각 34.9%, 10.4% 증가했다. 차부품 수출도 미국과 EU에서 각각 28.1%, 8.5% 오름세를 보였다.

이는 3월 수출이 당초 우려보다 선방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달 수출은 469억1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0.2% 감소에 그쳤다.

앞으로는 이런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전 세계에 코로나19 미치는 영향력이 이전보다 더 커졌기 때문이다.

관세청 자료를 보면 1~20일 기준 3월 수출액은 307억 달러로 전년 대비 10.0% 많았다. 특히 중국으로의 수출이 4.9% 늘었다. 미국(27.2%), 유럽연합(13.5%), 베트남(12.1%), 일본(30.5%), 홍콩(33.6%), 중동(18.3%) 등 대부분 지역에서도 수출 증가세를 보였다.

3월 말로 접어들면서 이 상승분을 까먹은 것이다. 코로나19 영향이 해당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산업부는 한 달 전 수출입동향을 발표하면서 신규 계약이 이루어지는 3월부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영향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나승식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지금 상황에서 코로나19의 여파가 수출에 얼마나 반영됐는지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며 “3월부터 중국 이외에 유럽과 미국으로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확산 속도나 정도 등 추이를 보면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정부는 코로나19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앞서 무역보험공사와 수출입은행 등 7개 정책금융기관은 무역금융을 전년 대비 28조1000억원 늘린 260조3000억원을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러시아, 브라질, 말레이시아 등 신흥시장 수입자 한도도 이달부터 10%씩 일괄 증액한다. 차부품과 조선기자재 업체의 수출채권 조기현금화 한도도 최대 2배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나 실장은 “수출이 급격히 위축되지 않도록 예의주시하겠다”며 “모멘텀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그에 맞는 대책을 충실히 수립해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창희 기자

저작권자 © 경기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