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대 은행의 가계대출과 자영업자 대출이 10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마이너스 통장 등 신용대출의 경우 이례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매매를 위한 자금 수요가 지속된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으로 은행에 손을 벌린 가계와 자영업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 등 국내 주요 시중은행 5곳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말 기준 619조9881억원으로 전월대비 6조6800억원 증가했다. 한 달 전 1조9130억원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3배 이상 커진 것이다. 지난해 3월 수준(2조2628억원)와 비교하더라도 증가폭이 크게 뛰었다.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은 444조1989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4조6088억원 늘었다. 마이너스 통장 등 신용대출도 113조1195억원으로 한달새 2조2409억원 불어났다. 모두 역대급 증가폭이다. 지난해 3월 신용대출은 오히려 5000억여원 감소했다. 지난달 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가계 재정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만약 가계의 소비가 줄어 자금 여력이 남아 있었다면 신용대출 수요가 줄었을 텐데, 이를 역행하는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아무래도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경기가 어렵다보니 생활비 등을 위해 마이너스 통장을 뚫어 사용한 수요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코로나19 여파로 생활비 부족분 등을 메우려는 생활안정자금에 대한 수요가 좀 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물론 지난해 정부의 12.16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발표 이전에 막차를 탄 주택매매 수요가 대출 증가에 영향을 준 측면도 있어 보인다. 통상 주택매매 이후 2~3개월간 시차를 두고 대출 실행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잔금을 치르기까지 기간이 있기 때문에 그 이전에 이뤄진 계약에 대한 주담대가 실행된 부분도 있을 것”이라며 “3월 전세자금 대출 수요도 꾸준히 지속됐다”고 말했다. 강화된 주담대 규제로 신용대출에 수요가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일부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기업대출 중 개인사업자 대출도 급증했다. 지난달 244조9046억원으로 2조9732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 증가규모(1조5525억원)와 지난해 3월 증가규모(1조4351억원)를 훌쩍 뛰어넘었다. 매출 급감 등으로 자금 부족을 겪은 자영업자가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다.

박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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