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 선거(총선)가 66.2%의 전국 투표율을 기록하며 마무리된 가운데, 이번 총선에서는 부적절한 언행, 일명 ‘막말 논란’에 휩싸였던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줄줄이 낙선의 쓴잔을 들이켰다.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인천 연수구을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 민경욱 미래통합당 후보는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밀려 낙선했다. 민 후보는 4만9913표(39.4%)를, 정 후보는 5만2806표(41.7%)를 받았다. 
민 후보는 지난해 11월 모친상을 당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노년의 어머니를 출세한 아들이 함께는 아니더라도 근처에 모시고 살 수 있지 않았을까? 법적으로 문제가 있었을까?”라고 말해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또 지난해 4월 발생한 강원도 산불에 대해 “오늘만 인제, 포항, 아산, 파주 등 4곳에서 산불. 이틀 전에는 해운대에서 큰 산불. 왜 이리 불이 많이 나나?”라고 했고, 지난해 6월 헝가리 다뉴브강에서 발생한 유람선 참사와 관련해 실종자 수색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반인들이 차가운 강물 속에 빠졌을 때 골든타임은 기껏해야 3분”이라고 했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여론이 악화되자 그를 공천에서 배제(컷오프)했다가 번복했다. 하지만 민 후보는 보수 텃밭인 인천 연수구을에 출마했음에도 국회 입성에 결국 실패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자원봉사자들을 대상으로 막말을 한 차명진 미래통합당 후보 역시 낙선했다. 경기 부천시병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 그는 7만7577표(60.5%)를 받은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밀렸다. 차 후보는 4만1642표(32.5%)를 얻는데 그쳤다. 
차 후보는 지난 6일 OBS 주최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XXX 사건이라고 아시느냐”며 “그야말로 세월호 자원봉사자와 세월호 유가족이 텐트 안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문란한 행위를 했다는 기사를 이미 알고 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회는 지난 14일 차 후보에 대해 제명 결정을 내렸지만, 법원이 차 후보의 무효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그는 미래통합당 후보로 선거를 치렀다. 
이날 오전 개표 결과가 나온 이후 차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부관참시(剖棺斬屍). 자기들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패배 원인을 차명진의 세월호 막말 탓으로 돌린다”고 반발했다. 
그는 “여론조사는 이미 공천 때부터 민주당 대 통합당이 2대1이었고, 그 뒤 두 달 동안 한 번의 반전도 없었다”며 “이 모두가 차명진 발언 이전에 있었던 일”이라고 주장했다.
강원 춘천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갑에서 출마한 김진태 미래통합당 후보 역시 허영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밀려 낙선했다. 김 후보는 5만7298표(43.9%)로 2위에 이름을 올렸고, 허 후보는 6만6932표(51.3%)를 받으며 9634표 차이로 당선됐다. 
김 후보는 지난 국회의원 임기 동안 세월호 참사에 대한 부정적인 발언들을 이어왔다. 세월호 인양 작업과 관련해서는 “세월호를 인양하지 말자. 돈도 시간도 너무 많이 든다”고 말해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특히 차명진 후보의 막말은 영향을 많이 미쳤다고 본다”며 “자식을 키우는 사람 입장에서 볼 때는 세월호 문제에 대해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이번 선거에서 야당이 참패한 이유에 대해서는 “막말 논란도 있었지만 힘든 경제 상황 속에서 사회적 기득권을 독점하고 있는 보수를 향한 분노가 표출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신 교수는 “통상적으로 이번 선거에서 투표율이 높았던 이유는 국민들이 분노 투표를 했기 때문인데, 이런 상황에서는 야당이 이기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투표율이 높았음에도 야당이 참패한 이유는 분노의 대상이 여당이 아니라 야당이 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보수가 소수가 되고 진보가 다수가 된 상황에서 정치적 기득권은 진보가 가져갔지만 사회적 기득권은 아직 보수가 가지고 있다”며 “경제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사회적 기득권을 갖고 있는 보수에 대한 분노와 불만이 터져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사회적 기득권을 향한 분노가 쏟아지고 있는 만큼 국민들이 여당에 표를 준 것으로 보인다”며 “이처럼 이념 지형이 변했지만 통합당은 이에 맞는 전략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박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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