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을 경쟁입찰 방식으로 시장에 풀고 있지만 응찰은 번번이 미달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고조된 ‘달러 가뭄’ 현상이 일정 부분 해소된 영향이다. 시장 변동성 확대시 달러 유동성 부족이 나타날 수 있어 한은은 자금 공급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19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세차례에 걸쳐 진행된 통화스와프 자금 외화대출 경쟁입찰의 응찰률은 평균 약 61.8%다. 1~3차 입찰 한도가 모두 245억달러였는데, 은행들이 응찰한 규모가 151억6000만달러에 그친 것이다. 한은이 예상한 것에 비해 은행들의 달러 수요가 많지는 않았던 셈이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금융권의 달러 자금 사정이 크게 나쁜건 아니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자금난이 다소 누그러진건 미국의 대대적인 유동성 지원 정책으로 시장의 불안감이 다소 완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요국 주가가 반등하면서 극심했던 글로벌 달러 품귀 우려도 걷히게 됐다. 한은의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 의지가 더해져 국내 외화자금 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신용 경색이 확인되는 곳에 직접 유동성을 투입하겠다는 미 연준의 파격적 조치 이후 달러 유동성 경색이 완화되는 조짐”이라며 “유동성 공급 조치가 직접 시행되는 4월 중순 이후부터 더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자금 공급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주요국 곳곳에서 둔화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11개 중앙은행이 대미 통화스와프를 통해 조달한 자금중 3658억달러를 시중에 공급한 가운데, 이달 들어 미응찰 사례가 잇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한시적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는 국가 중 유일하게 100%의 응찰률을 나타낸 멕시코에서도 지난 6일 30%대로 하락했다. 국금센터는 “각국의 스와프지표가 개선된데 이어 미국과의 스와프 라인 활용도가 낮아진 점을 볼 때 글로벌 달러 유동성 우려가 완화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시장 불안에 대비해 꾸준히 외화 유동성을 관리해왔다. 외화 예수금 비중을 늘리고, ‘커미티드 라인’을 마련하는 등 외화 자금 조달을 위한 추가 장치도 확보해뒀다. 커미티드 라인은 비상시 금융기관으로부터 외화를 우선 공급받을 수 있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 개념이다. 시장 위기감이 사그라든 상황에서 대출 형태의 통화스와프 자금을 받으려는 은행들의 수요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통화스와프 입찰에 참가하는 은행은 대출금액의 110%에 상당하는 담보를 제공해야 한다.

한은은 이번주 추가 입찰을 실시하는 등 자금 공급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달러 수요가 주춤해졌지만 유동성을 충분히 풀기 위한 차원이다. 공급 규모는 3차 수준(40억달러) 안팎이 될 전망이다. 한은 관계자는 “구체적인 입찰금액 등이 정해진건 아니지만 큰 변동이 없는한 예정대로 화요일(21일) 4차 입찰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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