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세계 선박 발주가 70% 이상 급감한 가운데 저유가 등으로 원유 운반선(탱커) 시장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나타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 침체에 탱커 발주 확대도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9일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올 들어 전반적인 발주 부진이 이어진 가운데 탱커의 비중이 44%까지 높아졌다.

선박 시장 침체에도 탱커 수요가 양호한 것은 국제유가의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유가가 급락했지만 변동성이 짙어지며 원유나 정제품을 비축하려는 수요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1분기는 발주량 자체가 극도로 낮아 유의미한 시장 분석은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가 세계적으로 확산된 지난달의 경우 선박 발주의 상당수가 코로나19 사태를 어느 정도 극복하고 있는 중국의 자국 내 발주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저유가는 통상 탱커 발주에 호재로 작용한다. 유가가 내려가면 원유 수출량이 증가해 해상 물동량이 늘고 이는 탱커선의 발주 확대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유가 하락으로 VL 탱커를 제조하는 조선사들이 수혜를 누릴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왔다.

문제는 수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4월 하루 원유 수요가 2900만 배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OPEC+가 감산하는 규모의 3배에 달한다. IEA는 “세계 원유 수요는 25년 만에 최악으로 떨어졌다며 “산유국의 원유 감산 합의가 이 같은 수요 감소를 상쇄하지 못할 것이다”고 평가했다.

해운 시황도 좋지 않다. 클락슨은 2월에 이어 3월에도 선종별 물동량 증가율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특히 올해 컨테이너선 물동량이 2.2%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가 -5.1%로 내려 잡았다.컨테이너선의 해상물동량이 줄어든 것은 1980년 이래로 2009년이 유일했다. LNG선의 물동량 증가율 전망치도 전월 대비 6.2%포인트 낮은 2.5%로 예상했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15년에는 저유가로 원유의 소비가 늘었지만 이번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해 원유의 소비가 늘어나기 어렵다”며 “재고 축적 수요만으로는 탱커의 발주를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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