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가 5년2개월만에 가장 큰 폭 하락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가 부진해진 가운데 국제유가가 폭락한 영향이다. 도매 물가인 생산자물가가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로 활용되는 만큼 다음달 소비자물가 상승폭도 축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코로나발(發)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생산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는 102.89(2015년=100)로 전월대비 0.8% 하락했다. 지난 2월(-0.3%)에 이어 두 달 연속 하락세로 마이너스 폭이 더 커졌다. 이는 지난 2015년 1월(-1.2%) 이후 5년2개월 만에 하락률이 가장 큰 것이다. 전년동월대비 기준으로도 0.5% 하락해 지난해 11월(-0.1%) 이후 넉 달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코로나 확산에 따른 원유 수요 급감으로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생산자물가 하락을 견인했다. 유가에 영향을 받는 석탄 및 석유제품(-19.9%), 화학제품(-1.2%) 등 공산품 물가는 전월대비 1.4% 하락했다. 서비스 물가도 전월대비 0.3% 하락했다. 여행, 레저 수요가 줄어들면서 휴양콘도(-10.7%) 등 음식점 및 숙박 물가가 0.2% 하락했고, 운송 물가도 0.6% 내렸다.

반면 농림수산품 가격은 전월대비 1.2% 올랐다. 한은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외출자제에 따른 가정내 식재료 소비가 증가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돼지고기(16.4%), 달걀(14.6%) 등 축산물이 4.9% 뛰었고, 수산물도 1.7% 상승했다. 다만 풋고추(-32%), 딸기(-17.9%) 등 농산물은 출하량 확대 등으로 전월대비 0.9% 떨어졌다.

생산자물가는 국내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 등의 가격 변동을 나타낸다. 통상 한 달 정도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0%(전년동월대비 기준)로 1월(1.5%), 2월(1.1%)에 이어 지속 둔화했는데, 생산자물가 하락으로 4월에는 더 큰 폭 내려앉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국내에 출하되는 상품과 서비스뿐 아니라 수입 상품과 서비스 가격까지 반영한 국내공급물가지수도 원재료(-5.3%), 중간재(-1.0%) 등을 중심으로 전월대비 1.0% 하락했다. 국내 출하외에 수출을 포함하는 총산출을 기준으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측정한 총산출물가도 공산품 국내출하(-1.4%) 등을 중심으로 전월대비 0.7% 떨어졌다.

최병욱 기자

저작권자 © 경기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