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씨가 27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동으로 들어서고 있다. 
▲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씨가 27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동으로 들어서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앞두고 전두환(89)씨가 광주 법정에 섰다. 1년여 만에 법정에 다시 선 전씨는 1980년 5월 광주 상공에서 헬기 사격은 없었다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전씨는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5·18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2018년 5월 재판에 넘겨졌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재판장 김정훈 부장판사)은 27일 오후 2시 201호 대법정에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씨 재판을 속행했다.
재판장이 바뀐 뒤 사실상의 첫 재판이다. 전씨 재판을 맡았던 전임 재판장은 4·15 총선 출마를 이유로 올해 초 사직했다.
전씨는 재판 시작 3분 뒤 부인 이순자(81)씨와 함께 법정에 들어섰다. 
잘 들리지 않는 피고인을 위해 법정 내 마련된 헤드셋을 쓴 전씨는 마스크를 벗은 뒤 재판에 임했다.
재판장은 전씨에게 진술거부권을 고지한 뒤 인정신문을 진행했다. 
전씨가 “안들린다”라고 말하자, 곁에 있던 부인 이씨가 전씨의 귀에 대고 재판장의 질문을 알렸다. 이에 전씨는 자신의 생년월일을 밝혔다. 직업을 묻는 재판장의 질문에는 “무직이다”고 답했다. 재판장이 이어 서류에 기재된 주소와 등록 기준지를 확인하자 “맞다”고 답변했다. 
형사재판은 선고 이전 재판장이 바뀔 경우 피고인에 대한 인정신문과 검사의 공소사실 요지 설명, 이에 대한 변호인 의견 표명 등의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재판장의 인정신문이 끝난 뒤 검사는 전씨를 기소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검사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헬기 사격이 있었다. 전씨는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알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 헬기 사격이 없었다는 내용으로 회고록을 작성하면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검사의 공소사실 낭독 뒤 재판장은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고 전씨에게 질문했다.
전씨는 “내가 알고 있기로는 당시에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만약 헬기에서 사격했다면 많은 사람이 희생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무모한 짓을. 대한민국의 아들인 헬기 사격수가 계급이 중위나 대위인데 이 사람들이 헬기 사격을 하지 않았음을 나는 믿고 있다”며 공소사실을 강하게 부인했다.
전씨의 변호인은 참고용 헬기 사격 동영상과 옛 전남도청 주변 지도를 준비, 재판장에 여러 상황을 설명하며 당시 헬기 사격이 없었음을 강조했다.
전씨의 변호인은 지난해 3월11일 열린 재판에서도 전씨의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재판이 다소 길어지자 전씨는 고개를 떨구며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였다. 부인 이씨는 졸고 있는 전씨에게 물을 건넸다.
변호인 의견 표명 과정에 방청석에서 한 남성이 “전두환 살인마”라고 외치자, 재판장은 이 남성을 퇴정시켰다. 
이어 “피고인도 재판에 집중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전씨는 지난해 3월11일 법정에 나와 인정신문을 받은 뒤 단 한 차례도 자신의 형사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당시 재판장이 불출석을 허가했기 때문이다.
전씨는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을 통해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주장,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2018년 5월3일 재판에 넘겨졌다.
박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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