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리 뽑는데 126명이 지원했어요."

서울 도봉구에서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임모(34)씨는 최근 아르바이트생 모집공고를 냈다가 깜짝 놀랐다. 아르바이트 한자리를 모집하는데 일주일간 126명이 지원했고, 그 중에는 박사학위자도 있었던 것이다.

임씨는 "돈을 많이 주는 것도 아니고 최저시급대로만 주는데도 이력서가 이렇게 많이 들어오니 요즘 코로나19로 경기가 힘들다는 말을 새삼 체감했다"며 "지원자 중에는 나이가 40~50대인 사람도 있고 박사학위자도 있다"고 말했다.

부산에 사는 대학생 황모(24)씨는 지난 2월 학교 근처 일식집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지만,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가게가 일시휴업에 들어가면서 일할 기회를 잃었다.

황씨는 이달 초 닭갈비집과 고기집 면접도 봤지만 지원자가 몰리면서 채용되지 못했다.

황씨는 "용돈하고 방세를 벌어야하는데 고민"이라며 "계속 아르바이트 사이트를 통해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28일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가 100일 맞는 가운데, 외출 자제 등의 이유로 자영업자들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아르바이트생들이 일을 그만두게 되거나 아예 일자리를 못 구하는 상황이 잇따르고 있다.

취업준비생 유명사이트 '독하게취업하는사람들(독취사)'에도 황씨와 같은 고민을 호소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  한 회원은 "아르바이트 구하다 구하다 이젠 면접을 보러 왕복 3시간20분인 곳을 간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특히 등록금이나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가 필수인 청년들뿐만 아니라 실직한 40~50대들도 아르바이트 전선에 나서는 상황으로 파악된다.

알바몬 관계자는 "40~50대는 전체 아르바이트 시장에서 20~30%를 차지한다"며 "주로 노무생산이나 사무직을 원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런데 아르바이트 자리 자체가 줄어들다보니 해고를 당해도 다른 자리를 찾기도 힘든 상황이다.

최근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몬'에 따르면 지난달 셋째 주 전국 아르바이트 공고 수는 1월 중순 대비 27.8% 감소했다.

한편  코로나19 사태는 비정규직, 서비스직 및 저소득층에 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 14일부터 5일간 19~55세 직장인 1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절반 수준인 47.5%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득이 줄었다"고 답했다.

특히 비정규직(66.3%)이 정규직(35%)에 비해, 서비스직(66.9%)이 사무직(35.4%)에 비해 소득이 줄었다는 응답자 비율이 2배 가까이 높았다. 특히 월급 150만원 미만 노동자는 10명 중 7명(70.2%)이 소득이 줄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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