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난달 국내 산업생산이 3개월 연속 쪼그라들었다. 소비도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으나 투자는 오름세로 전환됐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3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산업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는 전월보다 0.3% 감소했다. 전산업 생산은 지난해 9월(-0.2%) 이후 증가세로 돌아섰으나 코로나19가 발생한 1월 다시 마이너스(-)가 됐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코로나19 영향이 2월 이후 산업동향에 가장 크게 미치고 있다”며 “미국·유럽 쪽 해외요인의 영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지난달 부품 수급 문제로 안 좋았던 자동차가 해결되고 전월 기저효과 및 개소세 인하 정책 효과로 광공업 생산이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이 외에는 광공업 생산도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광공업 생산은 전월보다 4.6% 증가했다. 화학제품(-3.4%) 등에서 감소했으나 전월 기저 및 신차 출시 등의 영향으로 자동차가 45.1%나 늘었다. 중국 업체 생산 차질로 국내 LCD, OLED 등 디스플레이패널 수요 증가로 전자부품도 12.7% 증가했다.

제조업 생산은 전월보다 4.6% 증가했다. 화학제품, 의복 및 모피 등에서 감소했으나 자동차, 전자 부품 등이 늘었기 때문이다. 생산능력대비 생산실적을 의미하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전월보다 3.4%포인트(p) 상승한 74.1%였다.

제조업 재고는 석유정제(12.0%), 자동차(4.4%) 등에서 증가했으나 반도체(-16.5%), 화학제품(-2.2%) 등이 줄면서 전월보다 0.6% 감소했다. 재고율을 뜻하는 제조업의 재고·출하 비율은 110.9%로 전월보다 7.8%p 하락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취업자 수 감소로 전월보다 4.4% 하락했다. 2000년 1월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대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금융·보험(2.6%) 등에서 증가했으나 숙박·음식점(-17.7%)이 크게 줄었다. 숙박과 음식점 및 주점업 각각 -35.5%, -15.7%를 보였다. 항공운송업(-42.5%), 육상운송업(-7.0%) 등의 영향으로 운수·창고(-9.0%)도 쪼그라들었다.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액지수는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대면 접촉을 피하면서 전월 대비 1.0% 내려갔다. 그나마 지난달 22.3% 감소했던 승용차가 부품 수급 문제가 해결된 데다가 정부의 개별소비세 정책까지 맞물려 53.4% 반등하면서 소매 판매지수의 큰 폭 하락을 막았다. 승용차를 제외한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보다 6.1% 감소했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소매업태별로 보면 승용차·연료 소매점(20.3%)과 무점포소매(4.2%)는 늘었지만, 전문소매점(-15.1%), 백화점(-14.5%), 편의점(-10.9%), 면세점(-18.5%) 등은 내려앉았다.

설비투자는 특수산업용 기계 등 기계류(8.1%) 및 자동차 등 운송장비(7.2%) 투자가 모두 늘어 전월보다 7.9% 증가했다. 이미 이뤄진 공사실적을 나타내는 건설기성도 건축(2.4%)과 토목(3.2%) 공사 실적이 모두 늘면서 전월보다 2.6% 올라갔다. 건설수주(경상)는 전월보다 19.0% 감소했다. 설비투자와 건설기성은 아직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은 드러나지 않았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1.2p 하락했다. 2008년 12월 이후 11년3개월 만에 최대치다. 앞으로의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6p 하락하며 경기의 부정적 신호를 보였다. 2008년 2월 이후 12년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셈이다.

안 심의관은 “지난달에 이어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서비스업 생산이 안 좋고 전 산업 생산도 전월 대비 하락했다”면서 “4월에는 주요 수출국의 코로나 확산 영향, 경제 봉쇄 등이 제조업 생산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5월 생활 방역으로 전환되면 서비스업 생산과 소매판매가 증가하고 긴급재난지원금 등 정책 효과도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3월 산업활동동향 평가에 대해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이 소비·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지속되고 있고 향후 글로벌 수요위축에 따라 수출 등 영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글로벌 확산에 따른 글로벌 수요 위축 등으로 4월부터 수출 부진이 본격화되며 광공업 생산 등 영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재부는 “이미 발표된 특단의 대책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가운데 경제 중대본을 중심으로 경제 상황 전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범정부적 역량을 결집해 경제 위기 극복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도 이날 처음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서비스업 생산이 지난 2월에 이어 2개월 연속 큰 폭으로 감소하며 통계작성 이래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며 “전월 대비 기준으로 발표되는 지표 특성상 한 번 감소 폭이 크게 나타나면 대체로 다음 달 감소 폭이 완화되거나 반등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2개월 연속 큰 폭 감소하며 이번 위기가 서비스업 중심 위기라는 것이 지표로 확인됐다”고 우려했다.

그는 “4월 들어 심화하고 있는 수출 부진을 감안하면 3월 제조업 등 광공업 생산의 개선 흐름을 4월에는 이어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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