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어느날, 뉴욕에서 벌어지는 세 남녀의 인연과 엇갈림이 몽환적이면서 옛스럽게 펼쳐진다. 신형 휴대폰과 일부 풍경을 제외하면 현시점이 배경인 점을 잊을 정도다.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은 재즈를 사랑하는 천상 뉴요커 '개츠비'(티모시 샬라메), 영화에 푹 빠진 대학생 기자 '애슐리'(엘르 패닝), 뉴욕의 봄비와 함께 찾아온 새로운 인연 '챈'(셀레나 고메즈) 세 사람의 로맨틱한 하루를 그린다.뉴욕을 사랑하는 몽상가 우디 앨런의 새 영화다. 
지방에 있는 대학교에서 함께 공부하고 있는 애슐리와 개츠비는 캠퍼스 커플. 대학 신문기자인 영화광 애슐리는 우연찮게 유명 감독을 인터뷰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고, 뉴욕 출신인 개츠비는 그와의 1박2일 뉴욕 데이트를 꿈꾸며 애슐리를 따라 나선다.
하지만 예정된 인터뷰 시간이 1시간이었음에 반해 그에게 마음을 연 감독은 애슐리에게 영화의 각본가와 세 명이서 첫 시사(상영)를 함께 하자고 제안하고, 영화광이자 기자로서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는 애슐리는 기꺼이 제안을 받아들인다. 이 때문에 감독과 예정된 1시간은 무한정 길어지게 되고, 이후 애슐리는 우연찮게 유명 배우의 파트너가 돼 파티까지 따라가기에 이른다.
그러는 사이, 혼자 남겨진 개츠비는 맨해튼 시내를 거닐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를 만나고, 또 다른 친구가 학교의 과제로 촬영하는 영화에 짧게 출연하게 된다. 그곳에서 어린 시절 전 여자친구의 동생인 '챈'과 상대배우로 만나게 되고, 둘은 인사할 겨를도 없이 촬영을 위해 키스를 하게 된다.
우연에 의존하는 부분이 있지만 거슬리지 않는다. 애초에 앨런의 특기는 현실주의적 묘사가 아니라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들을 관객이 꿈꿀 수 있게 그려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넘치는 캐스팅에 배우들 모두 제 몫을 톡톡히 한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스타덤에 올라 요즘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티모시 샬라메가 개츠비 역을 맡아 사랑을 좇으면서 동시에 방황하는 청년을 오롯이 표현했다.

 

여기에 이름만으로도 남성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엘 패닝은 풋풋하면서도 열정 넘치는 대학생을, 셀레나 고메즈는 이제 갓 성인이 된 몽상가를 여실히 연기했다.  
이 외에도 주드 로, 리브 슈라이버, 디에고 루나, 레베카 홀, 수키 워터하우스 등 유명 배우들의 출연이 볼거리를 더한다.
영화는 아마존이라는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덕에 뉴욕, 특히 맨해튼의 명소를 여실히 담아낼 수 있었다.
예술가들의 거주지로 유명한 그리니치 빌리지부터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베멜만스 바, 그리고 센트럴 파크까지. 여기에 비까지 더해져 생긴 운치있는 뉴욕의 풍경은 관객의 보는 맛을 충족시킨다.
아름다운 뉴욕의 풍경을 고스란히 앵글에 담아 낸 주인공은 비토리오 스토라로 촬영 감독으로, 그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무려 세 차례나 촬영상을 수상했다. "촬영이란 빛과 움직임으로 글을 쓰는 것"이라고 말하는 스토라로 감독은 조명과 카메라를 다양하게 구성해 인물의 성격에 맞게 빛과 어둠을 교묘히 활용했다.
다만 이전까지의 그의 필모그래피에 비추어 볼 때 그의 작품으로서 뛰어난 작품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92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압축적으로 이야기를 담아내는데 성공했지만, 정체성을 고민하는 남자 주인공이 정체성을 깨닫게 되고,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지닌 상대를 찾는 것으로 귀결되는 결말은 그의 대표작 '미드 나잇 인 파리'와 매우 흡사하다. '그가 즐겨하는 배경과 캐릭터의 덜 정교한 반복'이라고 평가를 받을 만하다.
한편 이 영화는 제작된 미국 본토에서는 개봉되지 않았다. 우디 앨런이 입양한 딸에게 성폭력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북미 배급사였던 아마존 스튜디오가 개봉 취소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샬라메는 의혹이 불거진 후 우디 엘런과 작업한 것을 후회한다고 밝히고 영화의 출연료를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앨런의 성추문으로 영화에 대한 완성도와 관계없이 관람을 꺼리는 관객이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이를 차치하고 본다면 볼만한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15세이상 관람가, 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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