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양상이 누그러지며 6일부터 ‘생활 속 거리두기’(생활방역)가 시작됐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이같이 방침을 전환하면서 개인 방역 5대 핵심수칙을 제시했지만 ‘아프면 3~4일 쉬기’와 같은 규칙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게 시민들의 목소리다.

이날 국내 전자계열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직장인 김모(32)씨는 “오늘부터 생활 속 거리두기를 한다고 하던데 회사에서 관련된 공지를 전혀 받은 적 없다”며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코로나19 전염 가능성은 여전한 상황인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한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간 폐쇄됐던 국립공원이나 동물원 등 공공시설들이 차례로 운영을 재개하고 강제 행정조치도 완화된다. 해외유입을 제외한 국내 발생자가 3일째 전혀 발생하지 않는 등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며 이뤄진 조치다.

그러면서 정부는 개인 방역 5대 지침과 집단방역 5대 핵심수칙을 제시했다. 개인 지침은 ▲아프면 3~4일 집에서 쉬기 ▲사람과 사람 사이 두 팔 간격 충분한 간격 두기 ▲손을 자주 꼼꼼히 씻고 기침할 때 옷소매로 가리기 ▲매일 2번 이상 환기하고 주기적으로 소독하기 ▲거리는 멀어져도 마음은 가까이 등이다.

그런데 다른 지침들과 달리 ‘아프면 3~4일 집에서 쉬기’와 같은 항목은 국내 직장문화 특성상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백모(28)씨는 “몸이 안 좋으면 조퇴할 수 있게 돼 있긴 하지만 이는 코로나19 초반부터 있던 조치고 아프다고 3~4일이나 쉴 수 있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 했다”고 말했다.

이미 이날부터 시행이 시작됐음에도 구체적인 지침이나 공지가 공유되지 않은 경우도 다반사였다.

이공계통 회사에 재직하는 20대 최모씨는 “만일 코로나19 검사를 받거나 자가격리를 해야할 경우에는 무급휴가를 주지만 ‘아프면 쉬기’와 관련해서는 따로 공지된 바 없다”고 언급했다.

대부분 아플 경우에는 개인 연차를 소진해야 하는데, 그럴 바에는 회사에서 버틸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사실을 모르고 다른 동료들에게 옮길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방송 관련 회사로 출근하는 20대 조모씨는 “만약에 몸이 안 좋으면 재량껏 쉴 수는 있지만 본인 연차를 소진해야 한다”며 “아무도 쉬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자영업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울 관악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50대 이모씨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요즘에 가뜩이나 손님도 없는데 몸이 좀 아프다고 쉬면 장사 못한다”고 일축했다. 이어 “식당 일을 오래하니 항상 몸이 아프고 삭신이 쑤시는데 아프다는 기준이 뭔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연휴 기간 동안 인파가 몰리며 미확인 확진이 곳곳에 전파됐을 수 있다는 우려도 문제다. 지난 30일 부처님 오신 날부터 지난 5일 어린이날까지 최장 6일간 이어진 ‘황금 연휴’ 동안 관광지 등에 많은 시민들이 몰렸다. 연휴 동안 전국 공항에 92만6000여명이 모인 상황이다.

정부가 5대 행동수칙에 관해 국민 8447명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가장 많은 28.6%가 ‘아프면 3~4일 쉬기’ 항목 지키기가 어렵다고 응답했다.

정부는 뒤늦게나마 상병수당 도입 등 제도적인 뒷받침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 4일 이기일 중앙사고수습본부 의료지원반장은 “(아프면 쉴 때 돈으로 보상하는) 상병수당을 도입할 경우 작게는 8000억원에서 많게는 1조7000억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어떻게 재원을 조달할 지에 첫번째 논의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박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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