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공연계에 준 충격은 대단하다. 특정 공간에 사람들이 운집해야 하는 문화예술 장르인 만큼, 공연 중단은 물론 일부는 뿌리부터 흔들리기도 했다.
종식까지는 아직 멀긴 하다. 하지만 정부가 코로나19 관련 대응을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생활방역) 체제로 바꾸자마자 공연계가 코로나19 이후에 대해 재빨리 논의에 들어간 이유다. 2020년이 아닌 ‘코로나 원년’이라는 말이 나오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뉴 노멀’(새로운 표준) 찾기에 분주하다.
코로나 시대에 공연계는 온라인에서 답을 찾고 있다. ‘호모 루덴스(Homo Ludens)’에서 파생된 신조어로 주로 집에서 놀고 즐기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홈 루덴스(Home Ludens)’가 늘면서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공연이 활성화됐다.  
‘오페라의 유령’의 뮤지컬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 영국 국립극장 NT라이브 등 기존 녹화된 영상물을 스트리밍하는 것은 물론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무관중 공연 등 온라인으로 선보인 공연들이 큰 호응을 얻었다. 이들은 코로나19 기부 캠페인도 함께 진행했다.
IT기술과 함께 발전해온 K팝은 이번 온라인 공연에서도 선두주자도 나서고 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18일과 19일 유튜브 채널 ‘방탄TV (BANGTAN TV)’를 통해 무료 공개한 그룹 ‘방탄소년단’의 온라인 공연에서 자사의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를 통해 응원봉인 ‘아미밤’을 연결해 팬들에게 새 경험을 제공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같은 달 26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함께 손잡고 네이버 V 라이브를 통해 생중계한 SM 연합그룹 ‘슈퍼엠(SuperM)’의 라이브 콘서트 스트리밍 서비스 ‘슈퍼엠·비욘드 더 퓨처(SuperM ·Beyond the Future)’를 통해 세계 최초 온라인 전용 유료 콘서트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실제 무대에서 힘든 쌍방향 소통 등을 실험했다.
네덜란드의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각자의 자택에서 자신이 담당한 부분을 연주해 영상으로 담고, 이를 모아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중 4악장 ‘환희의 송가’ 연주를 완성하는 등 ‘랜선 합주’ 풍경이 빚어지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다자 간 영상 통화나 화상 대화 시스템을 활용한 ‘원격 연극’이 유행하고 있다. 연기는 물론 캐스팅과 연출, 관람 등이 모두 원격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은 그룹 ‘아라시’ 멤버들은 ‘원격 연극’을 통해 동화 ‘아기돼지 삼형제’를 선보이기도 했다.
국내의 웬만한 국공립 공연장과 국립 예술단체들은 ‘온라인 중계’에 속속 합류했다. 공연실황을 생중계하거나 공연 영상물을 특정 시간에 유튜브와 네이버TV 등을 통해 스트리밍하는 서비스를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이런 공연의 영상화 작업은 정부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유통과 배급 등의 환경 구축, 초상권과 저작권 등 관련 법규 개정과 신설 등 선결과제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공연 영상화 작업, 유통과 함께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공연의 유료화다.
2018년 11월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대표발의한 ‘고용보험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문제해결의 단초가 될 수 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예술인은 실업의 위험에 노출돼 사회·경제적 보호 필요성이 크기 때문에 이들이 실업 상태에 있는 경우 생활 안정을 기하고 조기에 재취업할 수 있도록 고용보험을 적용하자는 것이 개정 법률안의 취지다. 그런데 국회에서 여전히 표류 중이다.
학교와 유치원 등을 찾아가는 공연인 ‘예술교육’이 활성화된 분야인 아동청소년 공연 분야는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최대 피해자다. 여전히 제대로 된 개학이 미뤄지고 있는 시점에서 피해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혜령 기자

저작권자 © 경기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