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진정 기미를 보이면서 여유를 찾아가던 지역 보건소가 이태원 클럽들을 중심으로 한 집단감염에 다시 바빠지고 있다.

3개월 넘게 휴가조차 거의 쓰지 못하고 야근에 시달려온 직원들의 순차적 연차 사용을 고려하던 지자체들은 비상시국에 나온 클럽발 집단감염에 허탈해하면서도 혹시나 지역사회에서 2차 감염이 나오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10일 경기북부 각 지자체에 따르면 지난 6일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 용인시 거주 20대 남성이 이달 초 징검다리 연휴기간 이태원 소재 클럽들과 수도권, 강원도 등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역학조사가 시작된 뒤 고양시와 남양주시 등 경기북부에서도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10일 오후 1시 현재 연관 확진자만 전국적으로 54명에 달한다.

특히 이번 사태에는 신원 확인이 되지 않는 클럽 출입자 1000여명과 외부에 드러나기를 꺼려하는 성소수자들도 포함돼 있어 방역당국도 추가 확진자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이날 긴급 브리핑을 갖고 집단감염 관련 이태원 클럽 출입 도민에 대해 2주간 대입접촉 금지명령을 발동하기는 했으나, 신원 파악이 어려운 만큼 자발적 검사자가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코로나19 진정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이번 집단감염은 향후 확산 추세에 따라 며칠 앞으로 다가온 등교개학과 완화된 생활 속 거리 두기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당장 오랜 비상근무에 지친 직원들의 휴식을 고려하던 경기북부 지자체들도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발생 100일 만에 조금씩 여유를 찾아가던 지자체 보건소들은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이태원 클럽 출입자에 의한 지역사회 전파를 우려하면서 검사를 확대 중이다.

코로나19 전화 문의가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던 지자체 콜센터에도 다시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

파주시 보건소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안정되면서 거의 모든 직원이 밤을 새던 초기보다는 여유가 생겼었는데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으로 관련 문의와 검사대상 인원이 늘어나고 있다”며 “어제 검사를 받은 4명은 음성이 나왔고, 오늘도 대상자의 문의전화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대다수 지자체가 등교개학이나 지역별 환자 발생 상황을 고려해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운영 수준을 하향하지 않은 덕분에 방역체계에 혼란은 없을 전망이다.

포천시 보건소 관계자는 “지역 내 병원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으로 인한 비상상황이 15일에나 끝날 것으로 보여 어차피 무장 해제는 이르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다”며 “당분간은 현상을 유지하면서 이태원 클럽발 확산 상황을 지켜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정부시 보건소 관계자도 “직원들의 피로감이 말도 못할 정도여서 순번을 정해 쉬어볼까 했는데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이 터져 상황을 보면서 일단 야근만이라도 줄여볼 생각”이라며 “의정부시와 용인 확진자가 연결고리가 없어서 마음은 조금 놓이지만, 클럽에서의 확산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정부 = 유광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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