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기르던 돼지를 살처분한 농가에 대해 여름철까지 재입식(돼지를 다시 들음)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여름철이 ASF가 발생할 위험이 가장 높은 시기라고 판단한 데 따른 조치다. 여름철이 지난 후 사육 돼지에서 추가로 발병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서 9월부터는 재입식 관련 사전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ASF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를 맡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는 28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여름철 ASF 방역 강화 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여름까지 재입실 불허…사전 절차 진행 위한 법 개정은 내달부터

농식품부에 따르면 야생 멧돼지에서 ASF가 발병한 것은 지난해 10월 3일이 처음으로, 현재까지 총 631건으로 집계된다. 농장 내에서 사육하고 있는 돼지에선 지난해 9월16일에 처음 발생했는데, 같은 해 10월9일 이후 7개월 넘게 추가 발생이 없었다.

여름철은 봄철 출산으로 멧돼지의 개체 수가 늘어난 후 활동성이 증가하는 시기다. 또 장마철이 오면 접경 지역 내 바이러스 오염원이 하천 등을 통해 전파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위험 지역 내 농장에 대한 차단 방역 수준을 높이기 위해 제도 보완에도 나선다.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새로운 기준에 맞는 농장에 한해서만 재입식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개정안에는 내·외부 울타리와 방조·방충망, 폐사체 보관 시설, 방역실, 전실, 물품 반입 시설 등 농장 내 방역 시설에 대해 더욱 강화된 기준이 담길 예정이다.

◇농장 점검·접경지 내 환경 검사 강화…멧돼지 포획 방식 개선

정부는 농장 단위에서의 차단 방역을 강화하고 멧돼지 포획 등 위험 지역 내 오염원을 제거하는 작업에 한층 열을 올릴 계획이다.

바이러스의 주된 전파 요인인 사람, 차량, 기타 매개체 등을 보다 촘촘히 관리할 수 있도록 농장에 대한 상시 예찰을 강화한다.

ASF에 감염된 멧돼지가 발견된 지점으로부터 반경 10㎞ 내 농장에 대해선 매주 1회 점검에 나선다. 경기·강원 북부 지역 내 395개 농가에 대해선 월 1회, 그 외 전국 농장에 대해선 7월 말까지 추가로 점검키로 했다.

점검 결과 방역 조치가 미흡한 것으로 판단된 농장은 관리 대상으로 지정해 신속히 개선되도록 특별 관리한다. 경기·강원 북부 지역에서는 축산 차량의 농장 출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데, 이를 위반한 농장이 발견되면 다음 달부터 정책 자금 지원을 일부 제한한다.

접경 지역 내 토양, 물, 매개체, 그리고 도축장 등 370여개 축산 시설에 대해 환경 검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바이러스가 검출되면 즉시 대응한다.

야생 멧돼지에서의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멧돼지 포획 방식도 개선했다.

검출 지역과 인근 지역을 ▲발생 지역(파주·광역 연천·포천·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등 광역 울타리 내 8개 시·군) ▲완충 지역(158개 리(理)를 포함한 광역 울타리 이남 5~10㎞범위) ▲차단 지역(완충 지역 남단에서 영동고속도로에 이르는 지역) 등 3단계로 구분해 각각 다른 포획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발생 지역에선 엽견(사냥개)을 사용하지 않고 제한적인 총기 포획을 하되, 포획 틀과 트랩 사용을 병행한다. ASF 다발 지역에 대해선 울타리 안에 개체를 고립시키고 포획 틀과 트랩을 집중 배치해 포획한다.

차단 지역에선 대대적인 총기 포획을 허용해 개체 수를 적극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한다. 완충 지역에선 멧돼지가 차단 지역으로 달아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포획 틀과 트랩 개수를 늘려 개체 수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간다.

위치정보시스템(GPS) 부착 의무화, 엽견 등록제, 일일 활동 실적 신고제 등을 통해 엽사(사냥꾼)들의 활동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엽사가 이동하면서 바이러스를 먼 거리로 확산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소독은 발생 지점 주변과 인근 하천, 도로 등에서 광범위하게 진행한다. 농장으로 연결되는 비무장지대(DMZ) 통문 73개,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 출입문 69개를 출입하는 차량과 사람, 그리고 경기·강원 북부 양돈농가의 주변과 진입로는 매일 소독한다. 바이러스의 남하를 막기 위해 발생 지역에서 완충 지역(포천·고양·양주·동두천·철원), 완충 지역에서 인접 시·군을 잇는 12개 도로를 매일 2~4회 집중 소독한다.

이와 함께 멧돼지의 남하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사전에 조사해 광역 울타리를 추가로 설치할 필요가 있는 노선을 미리 정하기로 했다. 광역 울타리 밖에서 발생했을 때 즉시 울타리를 치기 위해서다. 환경부는 강원 화천군에서부터 가평, 춘천에 이르는 약 35㎞ 구간과 미시령 옛길을 활용한 23㎞ 구간, 소양호 이남 약 80㎞ 구간을 필요 노선으로 검토하고 있다.

울타리가 훼손된 구간이 있다면 빠르게 보관하고 상시 유지 관리 인력을 기존 45명에서 95명까지 늘려 출입문의 닫힘 상태를 철저히 관리할 계획이다. 이 인력은 구간별로 실명 관리제를 실시한다.

신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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