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마이너스 물가 “디플레 부적절” 선긋기
코로나에 마이너스 물가 “디플레 부적절” 선긋기
  • 최병욱
  • 승인 2020.06.0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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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2020년 5월 소비자물가동향’ 발표
국제유가 하락에 작년 9월(-0.4%) 이후 최저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류 가격 둔화와 공공서비스 가격 하락이 물가 상승을 가로막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서비스물가 상승률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로 주저앉았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지수는 104.71(2015=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3% 하락했다. 소비자물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지난해 9월(-0.4%) 이후 처음이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0.8%)을 시작으로 줄곧 0%대를 이어오다가 지난 8월 -0.038%를 기록하며 사실상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 9월에는 -0.4%로 하락하며 1965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공식’ 물가가 0% 밑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이후 지난 1월(1.5%)부터 3개월 연속 1%대를 유지했던 소비자물가는 지난 4월(0.1%) 0%대로 내려앉더니 이달 다시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마이너스 물가의 가장 큰 원인은 국제유가 인하로 인한 석유류 가격 둔화다”면서 “교육 분야 정책지원에 따라 고교 납입금, 유치원 납입금이 낮아지는 등 공공서비스 가격 하락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농축수산물은 1년 전보다 3.1% 상승했다. 농산물은 전년보다 0.5% 하락했으나 채소류가 0.8% 상승하면서 큰 폭의 하락을 막았다. 마늘(-23.2%), 고춧가루(-13.5%) 등의 가격은 내려갔으나 배추(102.1%), 양파(17.3%) 등은 올랐다. 고등어(16.4%) 등 수산물 물가는 1년 전보다 7.7% 상승했다.

특히 돼지고기(12.2%), 국산 쇠고기(6.6%), 달걀(9.1%) 등 축산물 가격이 7.2% 오르면서 전체 물가를 0.17%포인트(p) 끌어올렸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집밥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안 심의관은 “한 달에 3번 축산물 가격을 조사하는데 돼지고기 가격이 계속 올랐다”며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집밥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오른 것으로 판단했는데 일부는 긴급재난지원금 영향이 있지 않나 판단된다”고 예측했다. 그는 “전국적으로 5월에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됐기 때문에 전체적인 효과는 6월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공업제품은 전년보다 2.0% 하락했다. 햄 및 베이컨(5.6%) 등 가공식품 가격은 1년 전보다 1.3% 올랐으나 국제 유가 하락에 따라 휘발유(-17.2%), 경유(-23.0%), 자동차용 LPG(-14.4%), 등유(-16.3%) 등 석유류가 18.7%나 하락했다. 석유류 가격 하락은 전체 물가를 0.82% 끌어내렸다.

서비스 물가도 0.1% 상승하는 데 그쳤다. IMF 외환위기 회복기였던 1999년 12월(0.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교육 분야 정책지원에 따라 공공서비스가 1.9% 하락한 원인이 컸다. 고교납입금(-66.2%)과 유치원납입금(-6.4%)이 전체 물가에 미친 기여도는 -0.27%p다. 무상급식에 따라 학교급식비(-63.0%) 가격도 하락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외출을 자제하면서 외식 물가 상승률도 0.6%에 그쳤다. 이 시기에 평균적으로 외식 물가는 2.0% 정도 상승하지만, 코로나19로 0%대 상승률에 멈춘 것이다. 해외 단체여행비(-7.7%), 국제항공료(-4.4%), 승용차 임대료(-9.1%), 호텔숙박료(-8.0%) 등 여행 관련 서비스 물가도 낮아짐에 따라 물가 상승에 한계가 있었다는 게 통계청 분석이다.

다만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안 심의관은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발생하는 수요 부족에 의해 물가가 낮아지는 현상이 지속됐을 때 디플레이션이라고 정의하지만, 이번에는 수요측 원인이라기보다는 공급 요인이다”며 “석유류 하락도 이번 한 달밖에 되지 않아 이를 두고 디플레이션이라고 판단하기는 부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다.

지출목적별로 보면 교육 물가가 1년 전보다 2.8% 내려갔다. 동월 기준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86년 이래 최저다. 오락 및 문화도 1.6% 하락하면서 2996년 9월(-3.6%) 이후 최저 수준을 보였다. 음식업 및 숙박업은 0.8% 상승했지만 1999년 3월(-20.1%) 이후 가장 낮은 상승 폭이다. 교통도 6.9% 하락하며 2015년 2월(-10.9%) 이후 최저다.

구입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1개 품목을 중심으로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0.7% 하락했다. 지난해 9월(-0.9%)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물가 하락에 기여한 석유류나 경유, 고교납입금 등이 생활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탓이다.

생선, 해산물, 채소,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0개 품목의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3.4% 상승했다. 축산물의 가격 상승이 신선식품지수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농산물 및 석유류제외지수(근원물가)는 전년보다 0.5% 상승했다. 지난 7월(1.0%) 이후 10개월 연속 0%대에 머물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에너지제외지수는 1년 전보다 0.1% 올랐다. 지난해 2월(1.1%) 이후 1년 3개월째 1%대를 밑돌고 있다.

코로나19로 한때 품귀현상까지 보였던 마스크 가격은 안정세를 유지했다. 안 심의관은 “마스크는 공식적으로 조사하는 건 KF94인데 오프라인은 1600원대 후반이고 약국에서 1500원대 초반으로 하향 안정세를 보였다”며 “온라인은 2700원대 후반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은 최근 수요가 늘어나는 조짐을 보이는 덴탈 마스크의 가격 파악도 식약처와 협의 후에 하는 방안으로 검토 중이다.

안 심의관은 전망에 대해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이라 예측하기가 어렵다”며 “물가 상승요인으로 유가가 반등했고 향후 긴급재난지원금이 집계되면 서비스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글로벌 공급 체인의 문제 등 공급 애로가 있으면 물가가 하락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5월 소비자물가동향과 관련해 “코로나19 전개 양상, 국제유가 흐름 등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라며 “최근 국제유가가 다소 회복세를 보이며 국내 석유류 가격도 상승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는 소비자물가 흐름 및 물가 상·하방 리스크 요인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알렸다.

최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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