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문익환 목사의 아내, 배우 문성근의 어머니라는 타이틀을 넘어 한 명의 여성운동가로 헌신한 고(故) 박용길 여사의 전기가 출간됐다.
박용길 여사는 1919년 10월24일 황해도 수안에서 태어났고 지난 2011년 숨을 거뒀다. 호는 봄길.
그의 일생을 담은 전기 ‘봄길 박용길’은 93년 삶을 그가 남긴 기록과 대화를 기본 자료로 작성한 책이다. 한 인물의 전기라고는 하나 민청학련 사태,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 방북 등 민주화 운동과 통일 운동 등의 활동을 벌였기 때문에 우리나라 역사의 한 부분을 한 인물을 중심으로 작성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회 여성 지도자로서, 민주화운동 시대에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 한 투사로서, 통일의 여성 사도로서 박용길 여사의 위상을 되짚었다.
박 여사가 요코하마신학교 유학 시절과 문익환 목사와 결혼하고 6·25 한국전쟁으로 인한 피난 생활에 대한 내용, 한국기독교장로회 여신도회 전국연합회 임원이자 한빛교회 장로, 기독교 여성·가정 전문지인 ‘새가정’의 운영위원으로 활약했던 모습들이 포함됐다.
또 4·19혁명의 시대적 요청에 응답해 인권과 민주화운동에 나서게 된 시기도 다룬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를 이끌며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 1987년 6월 항쟁을 준비한 모습과 문익환 목사에게 보낸 3000여통의 편지와 기도문 중 일부도 실렸다.
박 여사가 김일성 주석의 1주기 조문을 위해 방북했던 사연, 1994년 문익환 목사 사망 후 통일맞이칠천만겨레모임을 설립, 한 달여 동안 북한에 머물렀던 사연, 귀환 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감됐다가 4개월 만에 집행유예로 석방된 사연, 2000년대 초반부터 6·15 남북공동선언 실현을 위한 통일연대 공동준비위원장을 맡고 2005년 민주화와 남북화해에 헌신한 공로로 국민훈장모란장을 수여받은 일, 그해 남북 언어 이질화를 위해 양측이 함께 사용할 ‘겨레말큰사전’ 사업 착수를 이끈 행보까지 살펴볼 수 있다.
박 여사 전기편집위원 중 한명인 한국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박 여사는) 다른 사람이라면 진작 포기했을 상황에서도 끝까지 성실하게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기만 했다. 
박용길은 차별을 거부하는 평등의 길,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길, 평화통일의 길을 걸었다. 
통일을 위해서라면 조직의 노선과 상관없이 초청받을 때마다 어디든 달려가는 열린 마음으로, 누구라도 밟고 지나갈 수 있도록 자신을 내어주는 ‘봄길’이었다”고 떠올렸다.
박 여사의 전기는 한국 기독교와 민주화운동이 어떻게 연결됐는지, 여성을 중심으로 펼쳐져 온 연대와 사업들이 어떻게 실현됐는지 등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나아가 어머니이자 가족의 일원, 여성이었던 박 여사가 민주화 운동과 통일 운동을 어떻게 이끌어갔고 그 행보들이 현 시점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게 한다. 319쪽, 정경아 엮음, 삼인,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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