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주택시장 불안 조짐이 나타날 경우 언제든 필요한 조치를 주저 없이 시행할 것이라며 추가 대책 가능성을 언급했다.

실제 추가 부동산 대책 실행 여부를 떠나 우선적으로 경고성 메시지를 통해 시장 불안 심리를 잠재우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홍 부총리는 11일 제6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안건과 별개로 부동산 시장 동향에 대해 언급하며 “서울 등 주택가격은 지난 12·16 대책 이후 전반적 안정세가 유지되고 있고 특히 최근 실물경기 위축에 따른 주택가격 하락 전망이 있으나 저금리 기조, 풍부한 유동성 등에 기반한 주택가격 재상승 우려도 공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서울, 수도권 규제지역의 주택가격 하락세가 주춤하고 비규제지역의 가격상승세도 지속 포착돼 정부는 경각심을 갖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앞으로 주택시장 불안조짐이 나타날 경우 언제든지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고 주저 없이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 부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한 동안 안정세를 유지하던 부동산 시장이 저금리 기조 속에 다시 꿈틀대기 시작하자 정부가 필요에 따라 추가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0주 만에 하락세를 멈추고, 강남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매시장이 하락 장세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작년 말부터 대출·세제·청약을 총망라한 ‘12·16 대책’, 수원과 안양 등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한 ‘2·20 대책’, 수도권 주택 공급 방안을 담은 5·6 대책, 수도권과 광역시 분양권 전매를 사실상 금지한 ‘5·11 대책’ 등 고강도 대책을 내놓았음에도 최근 부동산 시장이 다시 회복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강도 높은 규제와 전 세계적 경제 불황 조짐에도 서울 집값이 다시 꿈틀거리자 다급해진 정부가 시장에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 여파에다 8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수도권 분양권 전매 제한 등이 시행되면 시장이 다시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그때까지 불안 심리를 관리하기 위한 정부의 시장 구두 개입 성격이 강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동안 20번의 부동산 대책에도 투기심리로 가득한 부동산 시장을 잠재우는데 역부족이었던 만큼 이번에는 반드시 집값을 꺾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실제로 내놓을 만한 굵직한 카드가 많지 않다는 견해도 나온다. 그동안 20번의 대책을 통해 내놓을 만한 대책은 거의 다 쏟아냈기 때문이다.

올해 초 한차례 논란의 대상이었던 ‘주택 매매 허가제’ 카드의 경우 너무 파격적인 방안이라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점쳐진다. 주택 매매 허가제는 말 그대로 부동산을 사고 팔 때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만 매매를 할 수 있는 제도다.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카드로 규제 지역을 확대하는 방안을 꼽고 있다. 이날 홍 부총리가 비규제지역 가격상승세를 언급하기도 했다.

부동산인포 권일 리서치팀장은 “정부가 쓸 수 있는 규제 카드가 많지 않아 보인다”며 “규제 지역을 확대하면 또 다른 비규제지역이 들썩이는 상황이지만 할 수 있는 카드가 규제지역을 확대하는 방법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추가적인 대출 규제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기준금리를 낮췄는데 오히려 유동성이 집값을 자극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대출규제는 무주택 실수요자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강력한 대출 규제 카드를 사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대책과 별개로 국회에서는 여당이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을 통해 전세 시장 규제에도 나설 방침이다.

최병욱 기자

저작권자 © 경기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