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비난 담화에 이어 북한이 남북 간 통신 채널을 모두 차단하는 등 연일 강경한 반응을 보이면서 접경지역인 파주 주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대다수 주민들은 대북전단으로 인한 긴장감 고조나 무력 보복 가능성보다는 이로 인한 지역경제 침체 장기화를 더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완배 통일촌 이장은 10일 “당장 군사적인 위협도 위협이지만, 긴장감이 높아지면 민통선 출입도 통제되고 주민들이 너무 불편해진다”며 “이 때문에 지역주민들도 대북전단 살포 감시에 들어간 상태”라고 밝혔다.

파주 민통선 인근에 위치한 통일촌은 주민 480여명이 거주 중인 마을로, 민통선 출입영농인 등도 상당수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대북전단이 살포되면 우리도 위험할 수 있고 민통선 출입 불편도 커져 경찰과 함께 전단 살포를 막을 계획이지만, 야간에 풍선을 띄우면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주민들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최대한 대북전단 살포를 막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통일촌과 마찬가지로 대다수 주민들은 당장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인한 관광 중단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역경제가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대북전단 문제가 커지고 있는 것에 불만이 많았다.

파주시 문산읍에서 음식점을 하는 최정덕(65)씨는 “접경지역에 사는 게 무슨 죄도 아니고 매번 이럴 때마다 친구들이 전화해 안부를 묻고 전쟁이 나면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다”며 “전쟁이고 뭐고 당장 관광객이 안와 먹고 살기도 힘든데 또 이런 일이 생기니 걱정보다는 화가 치민다”고 토로했다.

긴장감 고조로 불편이나 피해를 우려하는 주민들도 있지만, 이번 사태에 아예 관심조차 없는 주민도 많다는 게 최씨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날 만난 상당수 접경지역 주민은 그동안 수십 번의 남북 간 긴장상황을 경험한 탓인지 “이번에도 별일 없을 것”이라며 대북전단 문제에 관심을 나타내지 않았다.

김동구 DMZ 대성동마을 이장도 “대북전단이다 뭐다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다들 영농에 바쁜 상황”이라며 “당장 저도 주민들이랑 얘기를 해본지 오래돼서 확언은 어렵지만 평상시와 다름없는 분위기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민들의 분위기는 북한이 이번 대북전단 사태에 대응하면서 9·19군사합의 파기까지 거론하고는 있지만,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 위협보다는 경제협력 중단 등 관계 단절을 무기로 삼으면서 접경지역에서의 군사도발에 대한 우려가 다소 감소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전날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참석한 대남사업부서 사업총화에서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전환하면서 단계별 대적사업 계획을 심의하는 등 예전과 다른 계획성 있는 대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경찰은 오는 25일 전후 대북전단 살포를 예고한 자유북한운동연대 관계자들을 제지하기 위해 파주와 연천지역 36곳에 기동대 5개 중대 400여명을 배치해 24시간 감시에 들어간 상태다.

파주 = 신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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