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가 신간 ‘자본과 이데올로기’로 돌아왔다.
6년 전 ‘21세기 자본’으로 세계 각 국에 실재하는 빈부격차 등의 불평등 문제를 짚어냈다면, 이번 신간에서는 정치, 경제, 역사적 요소를 통해 이러한 불평등이 어디에서부터 발생하는지를 정리한다. 불평등이란 문제의 본질을 알기 위해서는 경제 영역을 넘어 역사적 전개 양상을,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알아야 한다는 취지다.
피케티 교수가 불평등의 근원 중 하나로 꼽는 것은 정치구조다. 그는 ‘현재 사회의 지배구조가 브라만 좌파와 상인 우파가 담합하거나 번갈아 집권하는 구조’라고 말한다. 또 이러한 정치구조가 부의 재분배를 어렵게 만들어 불평등이 심화된다고 주장한다.
브라만 좌파는 노동자 계급을 대변하던 사민주의 계열 정당을 지지하는 고학력층을, 상인 우파는 전통 보수정당을 지지해온 자본가와 부유층을 가리킨다.
두 세력이 교대로 정권을 장악하거나 때로 공동 집권하는 양상은 부익부 빈익빈을 키우고, 이 빈부격차는 다음 세대에 교육 불평등을 불러오며 교육 불평등이 또 다시 소득 불평등으로 이어지면서 불평등을 점차 심화시킨다고 피케티 교수는 분석한다.
이러한 정치구조 변화를 위해 피케티 교수가 제시하는 것은 참여사회주의와 사회연방주의다.
참여사회주의는 노동자가 기업권력을 나누어 소유하는 ‘사회적 소유’와 누진소유세 등을 적용해 자본이 세습되지 않고 당대에 그치도록 하는 ‘일시적 소유’를 통해 이뤄진다. 특히 부의 세습 방지 차원에서 거둬진 세금을 25세 성인에게 일정액의 자산으로 지원해 미래를 준비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 각 국이 연대하는 것을 ‘사회연방주의’라고 칭한다.
피케티 교수는 지난 8일 오후 2시(현지시각) ‘자본과 이데올로기’ 한국어판 발간을 기념해 온라인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그는 신간을 통해 알린 분석과 대안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더했다.
피케티 교수는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정당들의 변화는 가능하고 또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정당들의 변화를 말하기 전에 얼마나 큰 폭의 역사적 변화가 유권자들 내부에서 이뤄지고 있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거론되기 시작한 ‘기본소득’ 도입에 관해선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기본소득’이라는 명칭은 마치 그것이 모든 복지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뉘앙스를 지닌다. 현실적으로는 생존을 지탱할 수 있게 하는 기초생활비를 의미하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최저소득’이라는 어휘를 선호한다. 이것만으로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고 답했다.
피케티 교수는 “여기서 멈추지 말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시급하게 시정돼야 할 문제가 하나가 교육문제다. 소위 엘리트 양성을 위한 교육의 질 차이가 엄청나게 달라진다. 또 임금 체계 조정을 통한 노동자의 권리 강화, 자본 재분배 등의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임금 인상 속도가 자본소득이 늘어나는 속도에 현저하게 미치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 나라의 현실”이라며 “임금 체계를 그대로 둔 채 기본소득을 통해서만 해결하려고 해선 곤란하다”고 보탰다. 그가 제시한 불평등 해소법 중 하나인 ‘사회적 소유’가 실현되면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이 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케티 교수는 또 “한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는 누진소유세와 누진소득세를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득은 1년 동안 벌어들인 것을 말하고 부는 집, 금융 포트폴리오, 사업 등 부채를 뺀 자산을 뜻한다. 누진소득세만 제정하는 것은 잘못이다. 소득은 아주 낮은데 막대한 부를 가진 사람들이 있고 그 반대도 있기 때문”이라며 “그렇기에 누진소유세와 누진소득세 모두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지출을 언제까지나 국채로 해결할 수 없다. 공공보건, 공공교육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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