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근로자의 1인당 임금상승률이 8년 만에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충격과 기업실적 악화로 올해 임금상승률이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14일 한국은행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1~2월까지) 전산업의 근로자 1인당 임금상승률은 전년동기대비 1.2% 감소했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1인 이상인 사업체의 근로자 임금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분기 기준 임금상승률이 마이너스를 나타낸 건 통계 개편 등으로 시계열 비교가 가능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전산업 임금상승률은 기업실적 호조와 최저임금 인상 등의 영향을 받은 지난 2018년 5.3%(분기 평균)로 2017년(3.2%)보다 높아졌지만 경기가 부진해지면서 지난해 다시 3.4%로 둔화했고, 올초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지난해까지 높은 수준을 이어간 숙박, 음식점업 등 개인서비스 업종 근로자의 1인당 임금상승률도 올해 1분기 0.2%에 그쳐 지난해 분기 평균 수준(4.6%)보다 크게 둔화했다.

코로나19 충격이 산업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어 올해 임금상승률이 크게 꺾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한은은 “올해 임금상승률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기둔화, 기업실적 악화 등으로 지난해 보다 상당폭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금상승률 둔화는 저물가를 심화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기업들의 노동비용이 낮아져 물가 하락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가계 역시 얇아진 지갑에 소비를 줄일 가능성이 크고, 경기 위축으로 이어져 다시 물가가 하락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018년 1.5%에서 지난해 0.4%로 크게 둔화했지만, 올해는 이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역대 최저 수준인 0.3%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최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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