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시 소흘읍에 붓과 물감으로 회색빛 벽에 생동감을 불어 넣고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는 화가가 있다. 미담의 주인공은 서양화가이자 윤스갤러리 대표 윤수정 작가다. 
지난 5월 초, 포천 신북작은도서관 벽에 꽃이 피고 나비가 날아들어 화제가 됐다. 포천시 평생학습센터의 미술벽화 동아리 ‘예쁘담’의 회장이기도 한 윤수정 작가는 예쁘담과 힐링원예, 해뜰캘리그라피 등 3개 평생학습동아리와 함께 벽화를 그리고 화단을 꾸며 지역 주민을 감동케 했다. 신북작은도서관은 골목 안쪽에 위치한데다 전체적으로 회색빛이라 다소 어두운 분위기였으나 꽃과 나비가 가득한 화사한 벽화와 꽃밭으로 이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 되었다. 
    
아이들과 함께 포천을 그리다
셉티드(CPTED)라 불리는 ‘범죄 예방 환경 디자인’은 도시환경 설계 시, 범죄를 함부로 저지를 수 없는 물리적인 환경을 조성하여 범죄발생 기회를 사전에 제거하는 것이다. 골목이나 낙후지역에 긍정적인 느낌의 밝은 벽화를 그려 미적 효과 뿐 아니라 각종 범죄 감소에도 효과를 얻을 수 있어 전 세계 곳곳에서 넓게 활용되고 있다. 윤수정 작가는 호주 유학 시절 도시 곳곳에 그려진 벽화를 보고 그 효과와 표현의 자유로움에 매료당해 벽화 그리기 봉사에 뛰어들었다. 이번에 그린 신북작은도서관 벽화 뿐 아니라 경기도 학생교육원 포천학생야영장의 벽화 역시 윤 작가가 학생들과 봉사활동으로 만들어낸 셉티드 작품이다.
선명하고 깨끗한 벽화가 그려지기 위해서는 물감의 품질이 중요하다. 일반 페인트의 경우 상대적으로 손쉽게 구할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하지만, 윤 작가는 아이들이 이용하는 시설인 만큼, 이왕이면 더 맑고 선명한 색감의 벽화를 보고 자랄 수 있도록 고생스럽더라도 발품을 팔아 품질 좋은 물감을 구하려 다녔다. 벽화조성의 모든 과정과 활동은 재능기부다. 별도의 사익이 생기는 것도 전혀 없다. 그렇지만 윤 작가는 재능을 나누는 것이 즐겁다’고 말한다. 현재 나의 봉사활동은 언젠가 내 아이들에게 돌아올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포천 아이들을 더욱 자신있게, 더욱 행복하게
윤수정 작가는 청소년 미술교육분야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윤 작가는 2016년 포천에 정착 후 연을 맺게 된 한사랑교육공동체와 함께 경기꿈의학교 ‘드림스케치’에서 4년째 학생 미술지도를 담당하고 있다. 그녀의 지도로 지난 2018년에는 제8회 대한민국 무궁화 미술대전에서 12명의 학생들이 교육부장관상을 비롯해 최우수상, 우수상, 특선 등 각종 상을 휩쓸기도 했다.
‘퍼포먼스 페인터즈’도 윤 작가가 경기꿈의학교에서 아이들을 위해 시작한 미술교육이다. 쉽게 접해볼 수 없는 미술장르를 포천 청소년들이 경험할 수 있게 해 주고 싶어 도입했다. 공연형식의 미술이라 처음에는 낯설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던 아이들이 무대에 올라 직접 공연을 해본 뒤로는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어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윤수정 작가의 꿈은 아이들이 다양한 미술작품을 접하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갤러리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그녀가 아이들에게 늘 ‘해도 된다, 망쳐도 된다, 괜찮다’며 무엇이든 해보고 경험하게 하도록 독려하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윤작가는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것을 배우고 꿈을 더 크게 키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포천 아이들은 성적만 높이는 아이들이 아닌, 행복지수가 높은 아이들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포천 = 정의선 기자

저작권자 © 경기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