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 인천 중구 용유도차량기지 안. 이곳에선 ‘열차 안내방송’ 1인자를 가려내는 ‘2020 공항철도 기관사 안내방송 경진대회’가 한창이었다.

서울역과 인천공항을 운행하는 공항철도는 승객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기관사 안내방송 대회를 2013년부터 실시해 오고 있는데, 올해 대회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과 관련된 기관사들의 메시지가 많았다.

이날 대회에 참가한 김주성 기관사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답답한 마스크 사용과 생활 속 거리두기로 인해 어려운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며 감성방송을 시작했다.

그는 “평소에 특별함을 느끼지 못했던 사소한 일상들도 이제는 소중한 것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요즘”이라며 “현재 우리 모두는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해 있지만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의 생활방역 노력으로 반드시 코로나19를 극복할 것이라 믿는다”라고 방송해 참가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심현민 기관사는 “(운행 중) 모니터를 가만히 보다 보면 가끔씩 무리하게 열차를 타려다가 혹은 사람들이 모두 내리기도 전에 급하게 타려다가 꼭 출입문에 끼어서 다치는 승객이 계신다”며 “저는 가끔 우리의 삶도 이런 열차 승하차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고 방송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항상 바쁘게 살다 보니 무리를 하다가 사고가 나기도 하고 주위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아서 오히려 내 몸과 마음이 다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조금만 천천히, 서로를 위한 배려와 양보는 서두르지 않는 여유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해 심사위원들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가상의 주제로 실시한 기관사들의 비상대응방송도 눈길을 끌었다.

이재훈 기관사는 운행 중 김포공항 역사 화재로 무정차 통과라는 비상대응방송 주제에서 “현재 김포공항역 승강장에 화재가 발생했습니다”라고 안내방송을 실시했다.

그는 “우리 열차는 김포공항역에 정차하지 않고 무정차 통과하겠습니다. 김포공항역을 이용하실 승객들께서는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마곡나루역에 내리셔서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즉흥적인 안내방송을 실시해 참가자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이번 대회를 주최한 공항철도는 지난달 기관사 140명 중 1, 2차의 예선을 거쳐 8명의 본선 진출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심사위원들은 본선에 진출한 기관사들의 ▲정보 전달력 ▲정서 공감성 ▲상황 적합성 ▲문장 정확성 등을 평가해 영예의 최우수상은 심현민 기관사에 돌아갔으며 우수상에는 김주성 기관사가 선정했다.

이정모 공항철도 수송본부장은 “승객의 안전과 편의를 책임지는 것이 기관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며, 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안내방송은 가장 기본이 되는 수단”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대회를 통해 기관사 개개인의 업무 역량을 향상시키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공항철도 기관사들이 고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세지를 안내방송으로 전달하는 이른바 ‘감성방송’은 열차 승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방송은 디지털미디어시티역과 마곡나루역 구간에서 진행된다.

김민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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