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6일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모습을 17일 보도했다.
▲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6일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모습을 17일 보도했다.

 

북한이 ‘남북 화해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연락사무소)를 기습적으로 폭파시키면서 북한을 향한 국내 민심이 얼어붙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기조를 이어가는 등 친북 정책을 강조하며 한때 ‘남북 관계 개선에도 물꼬가 트일까’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이번 사건으로 일부 국민들 사이에서는 “남한과 북한은 어차피 다른 나라다. 앞으로 각자 갈 길 가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17일 국방부 등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 오후 2시50분께 기습적으로 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2018년 남북 정상 간 판문점 선언을 통해 설치된 이후 약 21개월 만이다. 
연락사무소 건립 당시 정부는 ‘365일·24시간 남북 소통 창구가 열렸다’며 의미를 부각시킨 바 있다. 2005년 개소됐던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를 보수하는 방식으로 설치된 연락사무소는 보수 예산으로만 97억8000만원이 투입됐다.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가 처음 지어질 때 들어간 공사비 80억원을 합하면 총 177억여원이 사용됐고, 이후 운영비 명목으로 100억원 이상이 추가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북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신뢰가 깃들고 막대한 예산까지 들어간 연락사무소가 북한에 의해 일방적으로 폭파되면서 북한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직장인 한모(30)씨는 “우리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목적으로 지금까지 쌓아왔던 수많은 노력 중 하나가 공동연락사무소인데 이렇게 폭파시키는 것을 허탈감을 느꼈다”며 “북한과의 대화 기조를 중요시하는 현 정부를 보면서 ‘이번에는 다르겠지’ 했는데 결국 ‘역시는 역시’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씨는 “북한이 일방적으로 행동하기는 했지만 바로 전쟁을 할 수는 없으니 아직까지는 대화 기조가 조금 더 필요하다고 본다”면서도 “청와대가 이번 사태에 대해 강경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결국에는 또 말만 하는 데 그칠 것 같다”고 했다. 
직장인 이모(32)씨는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대북 융화 정책을 펼치면서 남북 군사합의 등을 업적으로 내세웠는데, 결국 북한은 궁지에 몰리면 합의고 뭐고 없는 것 같다”며 “남북 연락사무소까지 기습적으로 폭파시키는 행동을 보면서 ‘굳이 우리가 북한을 포용할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각자 갈 길을 가려는 자세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날 연락사무소를 폭파시킨 북한은 이날 모든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 문 대통령의 6·15 메시지를 비난하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를 실었다. 
김 제1부부장은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는 ‘최고존엄 모독’이고, 이것만은 절대로 추호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전인민적인 사상 감정”이라며 “그런데 남조선 당국자에게는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한 인정도 없고 눈곱 만큼의 반성도 없으며 대책은 더더욱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 진전 관련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시궁창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이 순간까지도 남조선 당국자가 외세의 바지가랑이를 놓을 수 없다고 구접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높은 수위의 비난을 가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날 뉴시스와 통화에서 “북한이 갖고 있는 감정이나 분노는 충분히 알겠으나, 연락사무소를 폭파시킨 행동 자체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경거망동이라고 볼 수 있다”며 “연락사무소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남북이 새로운 길을 같이 걸어나가자고 같이 맺었던 평화의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북한은 ‘기다릴 만큼 기다려줬다’는 입장이지만 우리 정부는 군사훈련을 이어가는 등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고 실제 행동으로 보여준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북한이 이제는 내부에 집중해서 인민들을 추스르고 경제 중심의 정면돌파전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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