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고등학교 3학년들의 불리함을 해소하기 위해 서울 주요대학들이 구제 방안을 잇따라 내놨지만 도움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수험생들의 혼란만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상위권인 연세대와 서울대가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비교과 영역에 상반된 입장을 취한데다, 다른 대부분 주요 대학들도 사실상 ‘알아서 평가하겠다’는 대책만 발표해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1일 대학가에 따르면 연세대·경기대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고려대와 경희대·서강대·숙명여대·이화여대·인하대·중앙대·한국외대 등 10여개 대학이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올해 2021학년도 대입전형 계획을 일부 변경했다.

올해 코로나19 상황으로 고3들이 학생부 관리 및 학습결손이 있어 재수생보다 불리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지난달 20일 등교한 고3은 지난해보다 교실 수업이 80일 늦어진데다, 수도권은 코로나19 지역감염 확산에 매일 등교해서 수업을 받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반영되는 비교과 영역이 졸업생보다 부실해 불리하다는 학생·학부모들의 우려가 있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9일 “7월까지 대학들과 협의해 대학입시 대책을 내놓겠다”고 공언했으며, 같은 날 연세대가 구제책을 내놓자 타 대학들도 연쇄적으로 발표에 나섰다.

연세대는 2021학년도 학종에서 학생부 비교과 영역 중 창의적 체험활동, 봉사활동, 수상경력을 재학생과 졸업생 모두 반영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코로나19로 발생할 수 있는 결석 사항에 대해서도 평가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상 중간·기말고사 성적과 교과활동이 기재되는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만으로 학종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서울대는 이와는 정반대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손질했다. 수시에서 고3만 응시할 수 있는 학종 지역균형선발전형(지균)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최저학력기준을 3개 영역 ‘2등급 이내’에서 ‘3등급 이내’로 완화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대학입학전형위원회도 이를 승인했다.

그러나 다른 대학들은 서울대와 연세대보다 훨씬 소극적인 대책을 내놨다. 대교협에 따르면 서울대와 같이 변경하겠다며 대입전형 계획 변경 심의를 신청한 대학은 아직 없다. 연세대 사례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대학이 학종을 직접 손보는 대신 비교과 영역의 영향력이 적은 학생부교과, 논술, 실기전형에서 비교과 점수에 만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대표적으로 성균관대는 학종에서는 수상경력, 창의적체험활동, 봉사활동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축소된 활동에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게 전부다. 성균관대는 대신 일부 전형에서 출결, 봉사활동 등에 전원 만점을 주는 형태로 비교과를 뺐다. 이를 경기대, 경희대, 서강대, 인하대, 중앙대, 한국외대 등이 따랐다. 숙명여대는 논술 시험의 난이도를 조절한다고 밝혔으나 학종에서는 종합적으로 감안해 평가하겠다고만 했다.

이런 흐름은 애초에 예상됐던 바다. 먼저 비교과영역을 연세대처럼 축소하면 고3의 불리함을 극복하더라도 졸업생과 비교과 중심 학교 운영을 해 온 재학생들까지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조환채 회장(광주교대)은 “학종에서 비교과 요소를 빼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될 수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게 맞다는 게 중론이었다”며 “대부분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평가요소를 빼는 게 어렵다는 걸 알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불만이 높다.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진학하는 서울대와 연세대가 정반대의 대책을 내놔 두 대학을 동시에 준비하는 학생들로서는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다른 대학들이 내놓은 대책도 비교과 영역을 정성적으로 평가하기로 했기 때문에 실제 평가기준은 알 수 없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결국 비교과 영역 모두 최선을 다해 준비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오는 셈이다.

이처럼 상위권 대학들이 제각각 천차만별의 대책을 내놓음에 따라 결국 각 고등학교와 고3 수험생들은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비교과와 수능 둘 중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게 됐다. 결국 내신, 비교과, 수능까지 챙겨야 해 입시 부담감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창희 기자

저작권자 © 경기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