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갤러리아가 갤러리아백화점 광교점 매각을 추진 중이다. ‘세일 앤드 리스백’(sale and lease back·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신규 사업 투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말 그대로 건물을 팔고, 그 건물을 장기 임차 하는 것이다. 매각 대금은 투자금이 된다. 지난 3월 문을 연 광교점은 약 5000억원을 들여 땅을 사고 건물을 올려 10년 만에 문을 연 새 점포다. 매각까지 딱 3개월 걸린 셈이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지난 2월 천안 센터시티를 똑같은 방식으로 팔았다.

최근 유통업계는 갤러리아백화점처럼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백화점·대형마트가 들어선 곳은 보통 그 지역 핵심 상권이다. 그만큼 자산 가치가 크다. 유통 회사는 이를 활용해 건물을 현금으로 맞바꿔 투자금으로 활용한다. 쇼핑 패러다임이 온라인으로 넘어간 뒤 오프라인 기반 유통 회사는 새로운 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한 충분한 실탄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 수단이 바로 매장이 됐다.

국내 유통 ‘빅3’인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도 똑같은 상황이다. 롯데그룹은 부동산 투자 계열사인 롯데리츠가 지난해 7월 백화점 4개, 대형마트 4개, 아울렛 2개를 매입했다. 양도가액 기준으로 1조4878억원 규모다.

이마트는 지난해 11월 13개 매장을 9300억원에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소유권은 사모펀드에 넘겨주고 이마트가 매장을 계속 운영하는 바로 그 방식이다. 2013년 매입했던 서울 마곡동 부지도 지난 5월 8158억원에 팔았다. 역시 매매 계약 체결과 동시에 해당 부지에 이마트트레이더스가 입점하는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2월 문을 연 현대백화점면세점 동대문점과 내년 1월 개장하는 현대백화점 여의도점 모두 임대 매장이다.

유통업계가 현금 확보에 열을 올리는 건 그만큼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3월 유통업체 전체 매출 중 온라인 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은 역대 최초로 50%를 기록했다. 4월에 47.2%로 다소 감소하긴 했어도 앞으로 온라인 쇼핑 비중은 늘었으면 늘었지 더이상 감소하지 않을 거라는 게 업계 공통된 생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온라인 부문에서 신생 e커머스 업체에 한 발 뒤처진 전통의 유통업체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일단 돈을 쏟아부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생존이 달린 문제”라고 했다.

롯데는 지난 4월 쇼핑 계열사 통합 온라인몰 롯데ON을 열고, 배송 서비스를 강화했다. 신세계는 온라인몰 SSG닷컴에 2023년까지 1조7000억원을 투자해 물류센터 7개를 짓는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26일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9월엔 인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11월엔 아울렛 남양주점, 내년 1월엔 현대백화점 여의도점을 연다.

최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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