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이 불가피한 사유로 출석하지 못한 채 재판이 진행돼 유죄가 확정됐다면 처음부터 다시 심리할 필요가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폭행 혐의로 기소된 A(63)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4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6년 술에 취한 채 찜질방을 들어가려던 중 직원으로부터 제지당하자 신문지와 주먹으로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직원이 ‘음주자는 받지 않는다’는 취지의 말을 하자, A씨는 볼펜으로 직원의 얼굴을 찌르려 했으며 무릎을 차고 얼굴에 침을 뱉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1심과 2심 재판은 모두 A씨의 출석 없이 진행됐다. 법원이 여러 차례 A씨에게 소환장을 보냈지만, 폐문부재(문이 잠겨있고 사람이 없음)와 주소불명 등 사유로 전달되지 못했다. 이에 법원은 소환장이 전달된 것과 같은 효력을 지니는 공시송달을 명령하고 재판을 진행했으며, 1심은 A씨에게 징역 4개월을 선고했다.
2심은 검찰만의 항소로 진행됐으며, 역시 A씨는 불출석했고 1심 판결이 유지됐다. 그러던 중 A씨가 지난 2017년 재판에 넘겨진 지 3년이 다 돼서야 자신은 소환장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형 집행으로 검거된 A씨는 자신이 불출석한 채 재판이 진행돼 유죄가 선고된 것도 몰랐다는 입장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상고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나 상고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법원에 상소권회복을 신청했다. 법원이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자 그는 곧바로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에 대법원은 A씨처럼 상고권을 회복한 뒤 상고를 제기하면 원심파기 사유가 된다며 다시 재판을 진행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유죄판결이 확정된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공판에 출석할 수 없었던 경우에는 규정이 정한 기간 내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라며 “A씨가 재심을 청구하지 않고 상고권 회복에 의한 상고를 제기했다면 이는 재심 청구의 사유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어 원심판결에 대한 파기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법원은 A씨가 상고기간 내에 상고하지 못한 것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한 것이라고 인정해 상고권회복 결정했다”면서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게 하기 위해 원심 법원에 환송한다”고 밝혔다.
박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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