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외환위기 수준만큼 실업이 늘어나면 가계 살림살이 적자로 반년을 못 버티고 유동성 부족에 빠지는 임금근로자 가구가 약 30만 가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자영업 가구의 경우 매출 충격 발생시 18만 가구가 6개월을 버티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의결한 ‘2020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실업 충격시 감내기간이 6개월 미만인 가구는 28만9000, 1년 미만은 45만8000가구로 추산됐다.

한은이 실직 매출 감소로 소득이 지출을 밑도는 가구를 ‘적자가구’로 정의하고, 이들 가구의 누적 적자액이 금융자산을 뛰어 넘어 유동성 부족에 처하는 시점까지를 ‘감내기간’으로 정해 분석한 결과다.실업 충격은 외환위기 때처럼 실업자 증가폭이 상용직 3.7%포인트, 임시일용직 12.3%포인트 오르는 경우로 가정됐다.

종사자 지위별로 감내기간 3개월의 경우 상용직은 7만8000, 임시일용직은 11만3000가구로 나타났다. 충격 발생시 임시일용직 가구가 상용직보다 빠르게 유동성 고갈 상황에 빠진다는 뜻이다. 기간이 길어질 수록 상용직 가구 비중이 높았다. 6개월 기준 상용직은 12만7000, 임시일용직은 16만2000가구로 일용직이 많았지만, 12개월 기준 상용직은 23만7000, 임시일용직은 22만2000가구로 상용직이 더 많았다.

추가로 빚을 내면 3개월 이내에 위기에 빠지는 가구가 상용직 5만5000, 임시일용직 9만가구로 각각 줄었지만 마찬가지로 임시일용직이 더 빠르게 위기 상황에 빠졌다. 차입금 규모가 상용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고용여건이 외환위기 수준으로 악화되면 임금근로 가구의 빚 상환 능력이 저하되면서 대출 부실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금융자산이 적은 임시일용직 가구의 경우 상용직 가구보다 단기간 내에 부실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자영업 가구도 매출 충격 감소시 감내기간이 6개월 미만인 가구가 18만4000, 1년 미만인 가구가 30만1000 가구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해당 가구의 금융부채는 각 37조원, 59조1000억원으로 추정됐다. 특히 자산 1분위(하위 20%) 자영업 가구의 적자비중은 30.5%에 달했다. 이들 가구 중 감내기간이 1년 미만인 가구 비중은 56.5%로 다른 자산 분위(26.9~37.6%)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 등 추가 차입에 나서더라도 54.6%가 1년을 못 버티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자영업 가구의 매출 충격이 장기화되면 숙박음식업 등을 중심으로 적자가구가 늘어나면서 잠재부실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며 “영세 자영업가구의 부실위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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