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스터 대대원들.
▲ 얼스터 대대원들.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 공산군이 남북군사분계선인 38선을 넘어 불법 남침하면서 시작된 한국전쟁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한반도의 비극이다. 
전쟁은 휴전으로 멈춰 섰지만 여전히 남북으로 나눠진 한반도의 긴장감은 사라지지 않았고 70년을 맞이한 아픈 전쟁 역사는 매년 대한민국의 안보를 되새기게 하는 기념일로 돌아오고 있다. 
특히 경기북부지역의 6월 25일은 남다르다. 
38선을 경계로 수많은 치혈한 전투가 벌어졌고 그런 전투 속 지역 곳곳은 하루가 멀다 하고 땅주인이 바뀌는 접전지였기 때문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게 해 준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함께 당시 전쟁에는 언어와 인종이 다른 타국을 돕기 위해 참전한 UN군의 도움도 컸다. 
UN군의 참전으로 전쟁 발발 4개월여만에 대한민국은 평양을 넘어 압록강 유역인 혜산진과 두만강 유역까지 진출하지만 중국의 개입으로 대규모 중공군과 연합한 북한은 다시 남한으로 진격한다. 
당시 중공군과의 전투에서 밀려 후퇴를 시작한 남한은 피난민들을 위한 시간을 벌어야 했고 경기북부지역, 특히 양주시 장흥면 삼하리에서 벌어진 전투는 중공군 2개 사단의 공격을 하루 동안 대대 병력으로 막아내며 1.4후퇴를 가능케한 전투로 기록돼 있다.
대대 병력으로 필사의 전투를 벌인 군은 영국군 소속 29보병여단 예한 얼스터 대대 아일랜드 장병들이다. 그들의 희생으로 남한은 50만 명이 넘는 피난민들의 큰 피해를 피할 수 있었다. 

◇행복한 골짜기 ‘해피 밸리(Happy Valley)’의 안타까운 전쟁사
1950년 11월 부산에 도착한 얼스터 대대는 연이은 전투로 지쳐가고 있었다. 
계속적인 북진으로 서울 북서쪽 골짜기에 도착한다. 해당 지역은 양주시 장흥과 고양시, 서울이 맞닿은 지역이었다.
산악지역으로 이뤄진 해당 지역은 얼스터 대대가 도착한 이후 전투가 벌어지지 않아 녹초가 된 부대원들이 충분한 휴식을 가질 수 있었고 이 때문에 부대원들 사이 ‘해피 밸리’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평화로운 이름 뒤로 해당 지역은 작전 수행에 있어 반드시 사수해야만 하는 중요한 요충지였다. 
얼스터 대대의 휴식도 잠시 중공군이 양주 근처까지 밀고 내려오면서 해피 밸리를 지키지 못한다면 서울과 주변지역 피난민들의 피해가 심각할 위기에 처한다. 
얼스터 대대는 서울로 진입하는 경로 상을 지키고 있는 마지막 부대였다.
대규모 중공군을 막기 위해 얼스터 대대는 박격포와 기관총을 쏟아부으며 방어작전을 펼쳐 진지를 사수했고 수십만 명이 피난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버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중공군을 필사적으로 막아내는 동안 서울에 주둔하던 미8군은 철수를 결정, 일제히 후퇴하지만 얼스터 대대는 부대 철수 명령을 한 시간이나 늦게 전달받으면서 위기를 맞는다. 
지역의 특성상 골짜기를 따라 뒤엉켜 있는 좁은 철수로는 얼스터 대대의 후퇴를 더욱 지연시켰다. 
또 적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전투물자를 모두 챙겨가야 하는 당시 전쟁 상황도 신속한 철수의 걸림돌이 됐다. 
얼스터 대대는 해가 진 어둠을 이용해 철수작전을 시작한다.
부대 엄호를 위해 전차부대의 지원도 필요했지만 궤도 차량의 소음으로 철수 과정이 적에게 발각될 수 있어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조용한 철수 작전은 성공하는듯했지만 미 공군의 조명탄으로 중공군에게 결국 발각되면서 다시 전투가 벌어진다. 
골짜기 위에 진을 치고 있던 중공군 탓에 얼스터 대대는 전투 위치에서도 매우 불리한 상황을 겪을 수밖에 없었고 대대장까지 전사하며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된다.
가까스로 지금의 고양시 메네미 고개 입구까지 다다랐지만 중공군의 추가 공격에 병사들이 계속 쓰러지며 결국 대대장과 중대장을 비롯해 장병 157명의 전사자가 발생했다.
행복한 골짜기 ‘해피 밸리(Happy Valley)’ 이름과 달리 안타까운 사연이 담긴 비극적인 전쟁사다. 
얼스터 대대의 전투는 ‘해피밸리 전투’로 기록되며 지난 2013년 양주시 장흥 해피밸리 전적지에서 참전용사 유가족 등이 참여한 가운데 전투를 상기하자는 취지의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이후 2015년에는 해당 전적지에 해피밸리 전투 안내판이 설치되면서 피난민들을 위해 중공군을 막아내고 결국 장렬하게 전사한 157명의 얼스터 대대원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고 있다.
양주 = 유광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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