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년 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지난 5월 8개월 만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한 달 만에 0%로 올라선 셈이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7(2015=100)로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보합(0.0%)이었다. 다만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봤을 때 -0.01% 상승률을 보였지만 0% 성장률로 봐야 한다는 것이 통계청의 설명이다.

안형준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국제노동기구(ILO) 매뉴얼 상 소수점 첫 번째까지만 쳐서 0%라 보는 게 정확하다”며 “소수점 둘째짜리까지는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8월 -0.038%를 보이며 사상 처음 수치상 마이너스를 보였다. 이어 지난해 9월(-0.4%) ‘공식물가’도 마이너스 기록을 남겼다. 올해 1월(1.5%)부터는 3개월 연속 1%를 유지했지만 지난 4월(0.1%) 0%대로 내려가더니 5월 다시 마이너스로 전환된 바 있다.

안 심의관은 “6월 물가가 전체적으로 저물가인데 석유류 국제유가가 크게 하락하고 교육지원 확대, 고교 무상교육 등 공공 서비스 물가도 내려갔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로 외식물가 상승 폭이 둔화되고 여행 관련 개인 서비스도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5월과 비교했을 때 상승한 건 국제유가 상승이 지난달에서야 국내 유가에 반영되며 석유류 가격 하락 폭이 지난달보다 축소됐다”며 “긴급재난지원금과 생활 방역 전환으로 축산물 가격이 일부 상승했다”고 부연했다.

농축수산물은 1년 전보다 4.6% 상승했다. 채소류 가격이 9.7% 상승하며 농산물 물가도 0.5% 끌어올렸다. 수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6.9% 상승했다.

특히 축산물 가격이 1년 전보다 10.5%나 오르며 전체 물가 상승에 0.24%포인트(p) 기여했다. 코로나19로 위축된 소비 진작을 위해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의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공업제품은 전년보다 1.4% 하락했다. 가공식품은 1.3% 올랐으나 국제 유가 하락에 따라 석유류가 15.4% 하락했다. 석유류 가격 하락은 전체 물가를 0.68%p 끌어내렸다. 다만 전월보다는 4.8% 오르면서 하락 폭은 축소됐다.

서비스 물가도 0.1% 상승하는 데 그쳤다. 교육 분야 정책지원에 따라 공공서비스가 2.0% 하락한 원인이 컸다. 석유류 국제유가 하락과 공공서비스 물가 하락이 전체 물가에 미친 기여도는 -0.96%p나 된다.

개인 서비스도 1.0% 상승에 머물렀다. 특히 외식 물가 상승률은 0.6%였다. 외식 물가는 2012년 5월부터 2013년 2월까지 0%대 상승률을 보인 바 있다. 이후 외식 물가가 0%대 상승률을 보인 건 올해가 처음이다. 통계청은 긴급재난지원금이 외식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고 밝혔다.

구입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1개 품목을 중심으로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보다 0.3% 하락하며 2개월 연속 역성장했다.

생선, 해산물, 채소,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0개 품목의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상승했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농산물 및 석유류제외지수(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0.6% 상승했다. 지난 7월(1.0%) 이후 11개월째 0%대에 머물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전년보다 0.2%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해 2월(1.1%) 이후 1년 4개월째 0%대 물가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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