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유럽 흑사병, 17세기 남아메리카 천연두, 1918년 스페인 독감 등 전염병에 대응했던 과거 의학을 알면 내일의 의학이 보인다.
울산 대학교 의과 대학에서 인문 사회 의학 교실 교수로 재임하며 제10대 의과 대학장을 역임했던 이재담 서울 아산 병원 교수는 한국에서 대중에게 의학의 역사를 흥미 있게 풀어내는 작업을 시도했다.
의학사 3부작은 이 교수가 20년 동안 각종 매체에 연재했던 글 217편을 ‘무서운’, ‘위대한’, ‘이상한’이라는 3개의 키워드로 집대성해 의학 역사에 입체적으로 접근했다. 
에피소드 의학사 3부작의 시작안 ‘무서운 의학사’의 주제는 역사를 바꾼 치명적인 전염병과 생명을 바치며 여기에 응전했던 의사들, 의학사에서 자의로든, 타의로든 일어났던 등골 서늘해지는 사건 사고들이다.
3년 동안 2000만 명이 숨진 중세 유럽의 흑사병, 수술받고 죽으나 그냥 병으로 죽으나 별반 차이가 없었던 18세기 유럽의 병원 풍경, 제1차 세계 대전보다 더 많은 희생자를 낳은 1918년 스페인 독감, 얼음 송곳으로 뇌를 후벼 파 사람을 반송장 상태로 만든 의사에게 노벨상을 안긴 20세기의 정신 의학까지 에피소드 71편이 무서운 병, 무서운 사람들, 무서운 의사, 무서운 의료로 분류되어 담겼다.
그래도 의학사에 빛나는 이름을 남긴 이들은 ‘위대한 의학사’에서 만날 수 있다. 600번 실패 끝에 찾아낸 매독 치료제, 낮은 자들을 위한 사랑으로 영국 의료 체계를 바꾼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이론적 기반보다 몸으로 부딪치며 실험과 검증으로 무균 수술법을 확립한 조지프 리스터, 한 나라 전체의 힘을 모아 만들어 낸 소아마비 백신, 20년간 집념으로 이뤄낸 최초의 시험관 아기 시술까지시행착오를 이겨 내며 사람의 목숨을 구한다는 타협할 수 없는 목표에 한 걸음씩 다가가는 기적 같은 이야기 75가지가 펼쳐진다.
에피소드 의학사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3권 의 주인공은 지금은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지만 수백 년 전 사람 목숨을 좌지우지했던 질병, 미신과 마법과 무지가 낳은 기상천외한 약과 의료 행위, 자신만의 신념을 지켰던 괴짜 의사들이다.
워털루 전투와 유럽 대륙의 운명을 결정했던 황제의 치질, 종교 개혁가 마르틴 루터를 죽음까지 몰고 간 요로 결석, 어린아이도 헤로인과 모르핀을 감기약으로 약국에서 살 수 있었던 19세기 유럽 풍조가 맞은 결말, 염소 고환을 이식하면 젊음을 되찾을 수 있다고 믿었던 사람들, 비타민 C가 암을 고친다고 선전했던 노벨상 수상자 등 웃기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에피소드 72편이 수록됐다. 사이언스북스, 각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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