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달 롯데·신라·신세계 등 대기업 면세 사업자 공항 임대료를 50% 감면해주기로 했다. 다만 기간은 3~8월 6개월로 한정했다. 면세점은 9월부터 다시 수백억원에 달하는 돈을 매달 쏟아부어야 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 인천공항 이용객수는 코로나 사태 이전의 1%에 불과하다.

면세점 업계와 인천공항공사가 또 한 번 임대료 문제를 놓고 논의에 들어갔다. 역시 9월부터가 문제다. 다음 달이면 제1터미널 DF3·4·7 사업권이 만료된다. DF7은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사업권을 가져갔으나 나머지 두 자리에서 면세 상품을 팔겠다는 업체가 없다. 지난 3월 입찰에서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DF3·4를 각각 차지했는데, 코로나 사태로 경영난이 심화하자 그 다음 달 사업권을 반납했다. 두 회사는 임대료 추가 감면이 없다면 9월부터 공항 매장을 철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면세점 업계는 “임대료가 제로(0)라도 인건비만으로도 적자”라고 했다.

공사의 기본 방침은 고정 임대료다. 매달 비슷한 수준의 임대료를 내는 방식이다. 반면 면세점 업계는 코로나 사태 이후 꾸준히 매출 연동 임대료를 주장해왔다. 일단 기존에 한 고정 임대료 계약을 변경할 순 없더라도 새 계약부터는 매출을 연동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임대료 감면 기간이라도 연장해줘야 한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지난해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1조761억원 중 롯데·신라·신세계 등 대기업 면세점이 낸 임대료는 9864억원이었다. 코로나 사태 이전 인천공항 면세점 한 달 평균 매출은 약 2000억원, 임대료는 800억원이었다.

신세계면세점 철수설도 나온다. 이 회사는 2023년까지 DF1·5를 운영하면서 매년 4320억원을 임대료로 내야 한다. 신세계면세점은 계약 포기 관련 법적 검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운영은 계속한다는 방침이지만,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 없다.

공사도 난감한 상황이다. 경영난에 시달리는 건 인천공항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인천공항 이용객은 1077만4310명이었다. 1년 전(3554만7239명)보다 70% 줄었다. 항공기 운항은 9만4369회로 지난해 같은 기간(20만384회)보다 53% 감소했다. 이용객이 줄고 항공기 운항이 급감하면서 수익이 악화해 공사는 상반기에 공사채와 CP(기업어음)를 5300억원 발행했다. 하반기에도 1조1684억원을 금융권 등에서 조달할 예정이다. 대출만 1조6984억원인 셈이다. 올해는 2003년 이후 17년 만에 적자(-3200억원) 전환이 예상된다.

공사 관계자는 “최대한 양쪽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중”이라고 했다.

김민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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