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3일 공식 일정을 모두 비운 채 하루 앞으로 다가온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 발표 준비에 매진했다. 오전 무거운 분위기 속에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을 지켜본 뒤 발표 자료를 최종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오늘 꼭 필요한 참모들의 보고 외에는 내일 있을 한국판 뉴딜 구상의 발표 준비에 전념할 것"이라며 "이후 대통령은 관련 현장을 직접 찾고, 관계 부처는 정책적 드라이브에 나서는 등 범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행보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당초 매주 월요일 청와대에서 주재하는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 자리를 빌어 문재인정부 후반기 국가발전전략인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직접 발표할 방침이었다. 수보회의가 정부 정책의 공식 발표 이전에 참모진들이 모여 국정 철학을 공유하고 정책 방향성을 설정하는 회의라는 상징성을 고려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청와대 차원의 공식 발표가 이뤄지고 난 이후, 지난 9일 박원순 시장에 대한 갑작스런 '비보'가 전해지면서 일정을 하루 연기했다. 장례 일정에 따라 영결식 날짜와 겹치면서 희망적으로 국가의 새 미래 비전을 밝히는 일정을 소화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한국판 뉴딜 구상을 공개적으로 처음 언급했던 비상경제회의 자리를 활용해 국민 보고대회 형태의 기조 연설을 소화하기로 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4월22일 제5차 회의에서 대규모 국가프로젝트로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기획단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었다.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의제로 했던 제6차 회의(6월1일)에서는 추상적이던 한국판 뉴딜의 개념을 보다 구체화했고, 추진 배경과 당위성 등을 강조했다. 7월 중 종합계획을 국민보고 대회 형식으로 준비하라는 문 대통령의 지시도 이 때 이뤄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대통령의 한국판 뉴딜 정책 발표를 중심으로 수보회의를 준비해왔었는데 일정이 하루 순연되면서 자연스레 오늘 수보회의는 취소가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판 뉴딜은 기존 문재인정부의 국가발전전략인 '혁신적 포용국가'를 발전·보완시킨 개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성공적 방역을 계기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끌어가자는 선언적 차원에서 출발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성장 중심의 경제정책을 시행하면서, 소외된 계층을 아우르는 보완적 사회정책을 뒷받침한다는 게 '혁신적 포용국가'의 개괄적 개념이다. 혁신성장을 통해 경제 성과를 창출하고, 사회안전망으로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을 포괄하는 국가발전전략이 '혁신적 포용국가'다.
윤재관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한국판 뉴딜은 국력 결집 프로젝트"라며 "정부의 마중물 역할과 기업의 주도적 역할이 결합하고, 국민의 에너지를 모아 코로나19 경제 위기 조기 극복, 대규모 일자리 창출, 나아가 선도 국가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의 대전환을 이루기 위한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은 지난달 브리핑에서 한국판 뉴딜의 궁극적인 지향점이 혁신적 포용국가에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 수석은 "코로나19 위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있다"며 "결국 다시 돌아보니 혁신적 포용국가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판 뉴딜 역시 비슷한 틀을 유지하고 있다.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이라는 두 개의 성장 축을 바탕으로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고용안전망 강화를 통해 성장을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다. 디지털 뉴딜은 데이터 산업 활성화의 개념을 뼈대로 하고 있고, 그린 뉴딜은 저탄소·신재생 에너지 기반의 지속가능한 산업을 내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디지털 뉴딜 관련 현장 방문일정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디지털 뉴딜의 지향점을 개괄적으로 소개한 바 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과거 당시 후버 댐(Hoover Dam)의 건설로 뉴딜 정책 성공을 이끌었듯, 방대한 양의 '데이터 댐' 건설로 디지털 뉴딜과 한국판 뉴딜의 성공을 견인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디지털 경제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 산업을 활성화 하고, 이에 필요한 데이터의 수집·분석·가공·표준화 작업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하겠다는 게 문 대통령이 제시한 디지털 뉴딜 구상이다. 후버 댐과 같은 '디지털 댐'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내용들이 포함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직접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추진할 당정 간 체계에 대한 구상도 이미 마련했다. 이달 중 본격적으로 범정부 차원의 유기적 체계를 운용한다는 방침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한국판 뉴딜의 강력한 추진력 확보를 위한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가 가동된다"며 "문 대통령은 앞으로 전략회의를 월 1~2회 직접 주재하며 한국판 뉴딜과 관련한 주요 사항에 대한 결정을 신속하고 추진력있게 내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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