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후 7시 CGV소풍에서 ’개막작 상영회‘를 갖고 8일간의 일정에 돌입한 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코로나 사태의 우려와 달리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관계자의 10문 10답을 통해 자세히 들어본다.

-코로나19 감염 상황이 좋지 않은데 영화제를 하네요?

“우리들은 질병관리본부의 예방수칙을 지키면서 제각각 다양한 경제·사회·문화활동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개최는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BIFAN의 존재는 영화제를 개최해 관객 여러분에게 국내외의 최신 장르영화 감상 기회를 제공, 영화 향유권을 누리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이를 위해 이중삼중의 방역 조치를 통해 감염을 예방하는 데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이중삼중의 방역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요?

“우선 방역 점검 및 예방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극장을 한 곳(CGV소풍)으로 일원화했습니다. 이중삼중의 조치는 이곳을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1차로 상영관이 위치한 건물 7층에 진입하는 주 출입구 두 곳에 고사양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 방문객의 체온부터 체크합니다. 2차로 방역데스크에서 QR체크인을 완료한 뒤 안전팔찌를 지급합니다. 수집된 방문객의 인적사항은 4주 뒤 자동폐기됩니다. 3차로 전신소독기(워킹스루 에어샤워 제품)에서 또 체온을 체크하고 에어샤워로 미세먼지까지 제거한 뒤 상영관으로 입장하게 합니다. 상영관은 강력한 거리두기를 통해 전체 좌석의 30~35%만 운용합니다. 마지막으로 매회 영화 상영이 끝나면 전문 방역업체가 소독(전관, 1일 4회)을 실시합니다. 게스트 의전차량도 수시로 소독합니다.”

“이밖에 손소독제, 소독티슈 등 제공하고, 마스크도 구비해 놓고 있습니다. 방문객과 밀접하게 접촉하는 스태프의 경우 라텍스 장갑을 끼고 투명 아크릴 가림막 뒤에서 응대합니다. 스태프가 n차 감염의 진원지가 될 가능성도 염두에 둔 조치입니다.”

-개막식이 아니라 ‘개막작 상영회’를 가졌습니다.

“이 역시 코로나19 상황을 반영한 조치의 하나입니다. 80여 명의 최소한의 인사만 개막식장(CGV소풍)으로 초청한 가운데 명예조직위원장과 조직위원장, 집행위원장의 개막 선언·인사를 비롯해 국내외 초청작 하이라이트 영상, 심사위원 소개 등등의 프로그램은 모두 사회자(배우 예지원/BIFAN 조직위원)의 소개에 따라 사전에 촬영한 영상으로 진행했습니다. 강신일·김혜수·안성기·엄정화·전도연·정우성을 비롯해 공포영화의 거장 <엑소시스트>의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 및 개리스·알렉산더O.필립·라자트 카푸르 감독 등의 개막 축하와 코로나19 극복 응원 메시지도 미리 촬영한 영상물로 진행했습니다. 개막작 <여고괴담 리부트: 母校>의 감독·배우만 무대인사를 갖고 영화 상영에 들어갔습니다.”

“참고로 BIFAN 집행부는 개막식장의 경우 여러 곳을 후보에 올려 놓고 다각도로 검토했습니다. 코로나19 발발 이후에는 그 상황과도 연계했습니다. 부천실내체육관-부천시청 앞 잔디광장-중동 중앙공원-작동 미개발 주거단지(2년여 전까지 군부대 위치. 개·보수를 하지 않은 채 남겨져 있는 생활관·연병장·사격장 등과 탱크·지프·박격포 등의 을씨년스런 모습이 장르영화 오픈세트를 떠올리게 함)-부천시청 내 어울마당 등입니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코로나19 등 영화계 안팎의 요인으로 인해 일상의 많은 것이 바뀌고 있습니다. 국제영화제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전통과 개혁의 조합을 모색, 새물결을 열어가야 합니다. 신철 집행위원장은 이에 대한 총체적 고찰의 변을 개막인사에 담았습니다.

-국제영화제인데 해외 게스트가 없습니다.

“해외 게스트 초청은 본국의 감염현황, 한국 입국 후 보름간 자가격리 등의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불가능한 실정입니다. 이에 온라인 진행을 갖고 있습니다. 관객과의 대화(GV), 마스터 클래스, 환상영화학교 강의 등등의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360도 VR 시네마 체험도 마찬가지입니다.”

“해외 게스트 GV는 감독 등이 BIFAN에 사전에 보내온 영상을 종영 후에 보여드리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각 영상에는 BIFAN의 당당 프로그래머가 감독 등에게 한 5개 질문에 대한 답변 등이 담겨 있습니다. 국내 게스트 GV는 종영에 이어 진행합니다. 이때 객석의 질문은 ‘카카오 오픈 채팅’을 통해 받습니다. 마이크 중복 사용에 따른 감염을 막기 위함입니다. (온라인 영향 등으로) 예년에 비해 질문이 많고, 몇몇 스태프가 관객에게 마이크를 전달하러 가는 시간을 아낄 수 있어 GV가 한층 풍성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참고로 BIFAN은 코로나19 팬데믹과 관련, 개최 계획을 5등급으로 구분해 진행해 왔습니다. △예년 수준 개최 △해외 게스트 미초청 개최 △오프·온라인 병행 개최 △온라인 개최 △미개최입니다. 상황에 따라 등급이 오르락내리락,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문화활동 등이 컨택트(Contact)에서 언택트(Untact)를 뛰어넘어 온택트(Ontact)로 진행하는 데 맞춰, 사회적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에 가능한 미래의 모델을 모색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상영의 경우 오프·온라인에 모바일 플랫폼까지 병합한 모델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상영작은 모두 몇 편인지요?

“42개국에서 초청한 194편입니다. 장편 88편, 단편 85편, VR시네마 21편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월드 프리미어(세계 최초 공개) 72편(장편 22편/단편 50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자국 외 최초 공개) 9편(장편 7편/단편 2편), 아시아 프리미어(아시아 국가 최초 공개) 36편(장편 28편/8편), 코리안 프리미어(한국 최초 공개) 37편(장편 31편/단편 6편)입니다.”

-올해 영화의 특징은?

“SF 장르와 디스토피아 재난영화 장르가 여느 해보다 강세입니다. 위협으로 다가오는 외계, 디스토피아적 미래와 전염, 비인간화의 공포, 고립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 등 영화들이 다루고 있는 토픽과

스타일 역시 다채롭습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SF8> 시리즈를 비롯해 <낙인> <아귀도> <스푸트니크> <안테나> <인펙션> <라스트 앤 퍼스트 맨> 등이 있습니다.”

“아시아 장르영화의 경우 주제나 스타일에서 다양한 변주와 대범한 시도를 보여줍니다. <바보 타르> <인생: 무제> <미세스 노이지> <옆얼굴> <괴짜들의 로맨스> <범죄현장> <군달라> <카고> <RK> 등이 화제작입니다.”

“올해는 특히 세계 곳곳의 여성 신인 감독들의 약진에 돋보입니다. 기존의 장르 문법을 페미니즘적 접근을 통해 재해석하여 새로운 장르영화의 세계를 선보이기도 합니다. 남성 중심적 세계가 오랫동안 지배해온 장르영화의 세계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존재들에 대한 사려 깊은 관찰이 돋보입니다. <세인트 모드> <유물의 저주> <펠리칸 블러드> <돌아온 사람들>, 한국영화 <고백> <헝거>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 등이 기대작입니다.”

-극장이 한 곳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오프라인 극장이 CGV소풍 한 곳입니다. 극장 및 상영관 수 역시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바뀌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점검 및 예방의 효율화와 철저함, 상영작 현황 등을 고려해 일원화했습니다. 한 곳(CGV소풍)에서만 하기로. 이 과정에 하이브리드 개념을 도입, 온라인 플랫폼(왓챠) 및 모바일 플랫폼(스마트시네마코리아)과 연계했습니다. 극영화 42개국 173편은 CGV소풍에서 모두 상영하고, 이 가운데 68편은 ‘왓챠’, 중국 장르영화 6편은 스마트시네마코리아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자랑인 VR 시네마 전시는 어떻게 진행하나요?

“관객과의 접점을 늘리고, 상시적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체제로 정비하려고 합니다. 360 작품(21편)은 SK 텔레콤 Jump VR과의 협력을 통해 관객들에게 관람 기회를 제공합니다. 안드로이드 휴대폰 또는 오큘러스 고(Oculus) 기기를 보유하고 있다면 무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전시가 필수적인 인터렉티브 콘텐츠(18편)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지는 하반기를 기약해 봅니다.”

“XR 부문 초청자(감독, 프로듀서 등)를 대상으로 ‘감독과의 대화’도 진행합니다. 감독님과 진행자가 아바타로 접속하여 SK Jump VR의 소셜룸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입니다. 해당 내용은 ‘Beyond Reality’ 홈페이지와 Jump VR 내 콘텐츠의 형태로 관객에게 서비스합니다.”

“또한 전세계 페스티벌에 대한 정보와 우수 작품을 만든 아티스트들의 콘셉트와 제작기를 확인할 수 있는 토크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충실한 번역과 자막을 곁들여 참여도가 높을 것이라고 봅니다. 새로운 제작 파이프라인 구축과 탤런트 발굴을 위한 ‘유니티’와 협력은 ‘BIFAN Unity Short Film Challrnge’ 사업으로 구체화하여 진행합니다.”

-시상·지원 부문을 대폭 강화했다고 들었습니다.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새로운 미션이 ‘장르의 재능을 증폭시켜 세계와 만나게 하라’입니다. 이에 맞춰 지난해에 비해 5억원이 늘어난 7억1000만원 규모의 현금과 현물지원을 집행합니다.”

“우선 서울산업진흥원 등과의 협업 아래 장편 마케팅 및 후반작업 지원에 3억5000만원 정도를 집행합니다. 유네스코 창의도시 부천시와 함께 <괴담 단편 제작지원 공모전>을 갖고 ‘단편 제작지원’과 ‘영상’ 부문 응모작 중 20편을 선정, 총 1억1050만원을 시상합니다. 실시간 렌더링 엔진 기업인 유니티와 협업 아래 지급하는 단편 제작지원금이 2000만원입니다.”

“경쟁 부문 상금도 확대했습니다. ‘부천 초이스’ 장편에 3000만원, 단편에 800만원입니다. ‘코리아 판타스틱’ 장편에 7500만원, 단편에 1000만원입니다. 산업프로그램(B.I.G)의 판타스틱영화 제작네트워크(NAFF) 시상도 강화했습니다. 부천상 등 7개 부문 시상금이 총 1억1000만원입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왜 합니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장르영화 축제입니다. 제24회를 맞는 올해 현재 아시아 최고의 장르영화제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일례로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칸국제영화제가 2019년에 발족한 프로젝트마켓 ‘판타스틱 7’에 시체스·토론토·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과달라하라·카이로·마카오국제영화제 등과 함께 나란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판타스틱 7은 전 세계 판타스틱 영화제 간의 네트워크 구축과 장르영화 발전, 글로벌 신인 육성을 목표로 합니다. 7대 판타스틱 영화제가 선정한 프로젝트들은 칸 필름마켓(Marché du Film)에 자동 진출, 전 세계 영화인들에게 선보일 기회를 갖습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개최 목적은 올해 미션(장르의 재능을 증폭시켜 세계와 만나게 하라)이 명쾌하게 말해줍니다. 국내외의 재능있는 장르영화인들을 발굴·육성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국내외 관객들의 새로운 장르영화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면서 자연스레 문화창의도시 부천을 장르영화의 메카로 만들고자 합니다.”

“영화시장에서 OTT의 매출 비중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등 사회적 환경 변화에 따라 그 속도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영화시장의 중심은 당분간은 100년 전통의 극장일 것입니다. 사실 국제영화제는 극장 개최를 기반으로 해왔고, 온라인의 비중이 커질지언정 앞으로도 오프라인이 중심에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칸국제영화제는 올해 개최를 5월에서 하반기로 연기하면서 극장 개최 의지를 꺾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장르영화 증폭기로서의 역할을 적극 수행하기 위해 올해 하이브리도 개념을 도입, 오프·온라인·모바일 플랫폼의 병합을 꾀했습니다. 영화시장 및 국제영화제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이 어떻게 불어닥치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본질적 의지와 행보는 변치 않을 것입니다. 관객 여러분의 뜨거운 관심과 격려, 지지 당부드립니다.

부천=정석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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