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선고공판을 진행하고 있다.
▲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선고공판을 진행하고 있다.

선거후보 토론회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대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이재명(56) 경기도지사는 한시름 놓게 됐다. 제한시간 내 공방이 계속 이뤄지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일부 허위사실로 보이는 말이 나와도 법으로 쉽게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당시 토론회의 상황과 전체 맥락을 따져 허위사실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런 관점에서 이 지사의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된 발언은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16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지사의 상고심에서 “이 지사의 TV토론회 발언은 일방적으로 허위 사실을 드러내 알리려는 의도에서 적극적으로 반대 사실을 공표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재판부가 이 같이 판단한 이유는 후보자 토론회의 고유한 특성과 의미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07년 대법원 판결에서 보듯 후보자 토론회는 질문과 답변, 주장과 반론에 의한 공방이 제한시간 내에 즉흥적·계속적으로 이뤄지는 탓에, 일부 명확하지 않은 발언이 나올 수 있다는 게 재판부 설명이다. 
그렇기에 설사 토론회에서 후보자가 허위에 가까운 발언을 하더라도 검찰이나 법원과 같은 국가기관이 아닌, 일반 국민이 검증 과정을 지켜보고 누가 옳고 그른지 판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만약 국가기관이 나서 법적 판단에 근거해 무거운 처벌을 내린다면 토론회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냈다. 위와 같은 토론회 특성이나 당시 맥락은 간과한 채 엄격한 책임을 부과하면, 후보자는 나중에 처벌받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으로 토론에 활발히 임하지 못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대법원은 법의 잣대를 들이댈 경우, 후보자의 토론회 발언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할 것이며 결국 수사기관이 개입하게 돼 중립성 논란이 초래된다고도 설명했다. 검찰과 법원에 의해 선거결과가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이런 점에서 토론회 발언이 일부 진실과 다르거나 과장됐다고 해서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하면 선거운동의 자유가 지나치게 제한된다는 게 대법원의 의견이다. 그보단 유권자의 관점에서 토론회에서 질문과 답변이 이뤄진 상황과 맥락을 따져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런 점을 근거로 이 지사가 상대의 질문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거나, 허위사실을 적극적이고 일방적으로 공표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이 지사는 첫 TV토론회에서 ‘형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했느냐’라는 상대 후보의 질문에 “그런 적 없다”고 답했다. 그런데 대법원은 당시 상대 후보가 ‘이 지사가 직권을 남용해 불법으로 강제입원을 시켰는지’를 검증하려 한 토론회의 전후 상황에 주목했다.
이를 근거로 대법원은 이 지사가 위 상대 후보의 질문을 ‘직권을 남용해 불법을 남용했느냐’라는 의미로 해석해 답변한 것이지, 질문의 의미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다른 TV토론회에서는 이 지사가 질문에 앞서 ‘상대 후보가 정신병원에 형을 입원시키려 했다는 주장을 하고 싶은 것 같은데 사실이 아니다’는 말을 했다. 이를 두고 대법원은 상대 후보의 질문에 곧바로 반박한 게 아닌 예상 질문에 선제적으로 답변한 것이라며, 허위의 반대 사실을 적극적·일방적으로 공표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이 밖에 대법원은 이 지사가 형의 입원 절차에 관여했는지에 대한 사실을 공개할 의무도 없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황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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