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노예 역사가 서린 설탕, 중국를 뒤흔든 ‘작은 황금’ 소금, 신대륙 발견과 대항해시대를 이끈 후추 등 식탁이나 일상에서 흔하게 즐기는 가루들이 세계사와 세계 지도를 바꿨다.
 이 가루들로 인해 민족 간 분쟁이 일어났고 세계 역사가 달라졌다, 근대 이전 공장에서 화학식으로 만들어내기 전까지 소금은 작은 황금이라고 불릴 만큼 귀했다. 이 소금을 팔아 떼돈을 번 거상들이 출현하고 그들이 국가를 상대로 반란을 일으켜 정권을 뒤엎는 일까지 벌어질 정도였다.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데에는 간디의 소금행진이 큰 역할을 했다.
설탕은 사탕무에서 당분을 추출하는 방법이 개발되기 전까지 덥고 습한 기후에서만 자라는 사탕수수에서 추출하는 것밖에 몰랐다. 중동에 쳐들어간 십자군은 설탕을 얻으려고 이슬람 세력이 제안한 동맹도 거부한 채 전쟁을 일으켰다. 십자군이 중동에서 쫓겨나자 유럽인들은 설탕을 얻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붙잡아 온 흑인들을 카리브해의 사탕수수 농장으로 보내 중노동을 시켰다. 설탕의 달콤함에 흑인 노예들의 쓰디쓴 삶이 흐른다.
후추야말로 이를 얻기 위한 유럽인들의 절실한 몸부림을 보여준다. 인도와 동남아가 원산지인 후추는 다른 지역에서 전혀 생산되지 않았고, 유럽인들은 후추에 매료되어 이를 구하러 멀리 떨어진 동방으로 함대를 보냈다. 그 과정에서 태풍에 휩쓸리거나 더위와 괴혈병에 걸려 많은 사람이 죽어가는 고통을 감수했다. 후추 쟁탈전은 십자군전쟁과 대항해시대를 여는 발단이 됐다.
음식 역사는 인류 역사이기도 하다. 인류는 사는 지역에서 나는 재료를 효율적으로 즐기는 방법을 연구해왔고, 이 노력은 그 지역이나 나라만의 문화를 형성하고 세력을 키우는 기반이었다. 때로는 이들 음식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분쟁을 넘어 세계 역사를 바꾼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 책은 설탕, 소금, 후추, 밀, 커피, 초콜릿 등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가루들이 어디에서 나와 널리 퍼졌는지, 그 과정에서 이들 가루로 인해 세계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는지, 그 안에 깃든 역사의 아픔까지 한눈에 읽는다. 도현신 지음, 256쪽, 이다북스,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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