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인천·경기 외 지역의 지방대 3곳 중 1곳이 4년 뒤 학부 신입생 정원의 70%도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같은 해 지방대 10곳 중 1곳은 신입생을 절반도 채우지 못할 것으로 예측됐다.

26일 대학교육연구소가 전국대학노동조합 정책연구과제로 수행한 ‘대학 위기 극복을 위한 지방대학 육성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외 지역 소재 일반·전문대 등 지방대학 220개교 중 2024년 신입생 충원율 95%를 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을 것으로 예측됐다.

전체 지방대학 3분의 1이 넘는 85곳(34.1%)은 신입생 충원율 70% 미만으로 예측됐다. 학생을 절반도 다 못 뽑는 ‘50% 미만’ 대학도 26곳으로 11.8%였다. 반면 수도권 대학들은 같은 기간 7곳을 제외한 119곳(94.4%)이 70% 이상을 충원할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교육연구소는 통계청의 지난해 3월 장래인구추계 자료와 교육통계연보를 활용, 전국 17개 시·도별 고교 졸업자 수와 증감률을 산출했다.

이어 4년제·전문대 여부, 학생 선호도, 대학평가 등을 통해 대학별 입학인원 감소지수를 설정했다. 이를 지난해 대학별 정원 내 입학자 수에 반영해 매년 입학자 수를 추정했다.

추계 결과 올해부터 2024년까지 전국에서 입학 가능 학생 수는 총 7만3475명(감축률 16.1%)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축률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었다. 광주·전북·전남이 22.4%로 가장 컸으며 강원도가 22.3%로 뒤를 이었다. 이어 대구·경북이 20.7%, 부산·울산·경남이 20.3%로 나타났다. 대전·충북·충남 13.7%, 제주 13.5%, 수도권 11.8%였다.

4년 안에 충청·제주 권역을 제외한 지방대학의 입학 가능 학생 수가 20% 이상 줄어든다는 의미다.

추계 마지막 해인 2037년이 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2037년 신입생을 70%도 못 뽑는 지방대학이 83.9%(209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0% 미만은 84곳(33.7%)으로 예측됐다.

수도권 대학도 충원율 70% 미만 대학이 64곳(51.0%)으로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지방대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학생 수 감소는 등록금 수입 감소로 이어진다. 추계를 반영하면 지방대학 학부 등록금 수입은 2018년 대비 2024년 4분의 1(25.8%) 가까이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 2018년 등록금 수입은 전체 사립대학 재정의 53.8%에 달한다.

대학교육연구소는 “등록금 수입이 2024년 30% 내외로 감소한다면 지방대학이 운영난이나 폐교를 마주할 것은 자명하다”며 “근근이 운영하더라도 학생들은 열악한 여건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할 확률이 높다”고 우려했다.

대학교육연구소가 연구를 위해 지방대학 직원, 교수 58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을 묻는 질문에는 ‘학령인구 감소’가 30.4%로 가장 많았다. 이에 따른 미충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수도권 대학 정원 감축’ 36.1%, 부실대학 폐고 24.5% 등이 꼽혔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이를 근거로 수도권을 포함한 전체 대학의 정원을 10%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0%를 감축하면 지방대학 입학정원이 3만명 줄어 미충원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또 정부가 사립대학 재정의 절반 이상을 지원하는 ‘정부책임형 사립대학’ 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일부 대학을 대상으로 하는 공영형 사립대학이 아닌 전체 사립대학을 대상으로 한다. 내국세의 일부를 대학에 투입하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해 재원을 마련하고 회계 투명성을 확보해 대학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현재 교육부는 올해 1월 지역사회 산업수요에 지방자치단체, 대학이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지역혁신플랫폼) 사업을 운영 중이다. 대학에 연 최대 480억원의 지원금을 지급하되 지자체가 예산 30%를 마중물로 지원하는 구조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사업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지방대학은 소수에 불과하다”며 “가장 중요한 점은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이라고 지적했다.

임 연구원은 “참여정부 때 누리과정 사업을 통해 1년에 1조원씩 총 5조원을 지원했음에도 졸업생들이 지역에 정주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며 “졸업생들이 수도권으로 떠나는 등 수도권 집중이 강화되는 한계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박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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