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경전철 사업 과정에서 시에 손해를 끼친 관련자들에게 배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주민소송이 제기된 사건에서 대법원이 전직 시장 등의 책임을 추가로 따져봐야 한다며 다시 판단하도록 했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9일 주민 안모씨 등 8명이 용인시를 상대로 낸 주민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감사청구전치주의’ 원칙을 근거로 한 원심 판단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주민소송의 대상은 주민감사를 청구한 사항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라며 “원심은 주민소송의 대상을 주민감사 청구 사항과 동일할 것을 전제로 주민소송 청구 부분 다수를 부적법하다고 판단해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취지에 따라 이정문 전 용인시장에 대한 부분과 서정석 전 시장 관련 추가 사업비 부담 협약, 김학규 전 시장에 대한 사업방식 변경 및 재가동 업무대금 부분 등이 주민소송 대상이 아니라고 본 원심에 잘못이 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아울러 김 전 시장의 정책보좌관이었던 박모씨에 대한 위법한 공무원 임용 부분과 경전철 수요예측 용역을 맡은 한국교통연구원의 책임도 주민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봤다.

특히 한국교통연구원과 같은 민간투자사업의 계약 당사자에게도 주민소송을 제기할 수 있음을 밝힌 첫 사례라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민간투자사업은 장기간에 걸쳐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재무회계행위에 해당한다”면서 “지자체장이 사업의 적정성 등에 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추진해 손해를 입혔다면 지자체장이나 관련자들을 상대로 주민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용인시는 지난 2010년 6월 민간자본 투자방식으로 1조32억원을 들여 경전철을 완성했지만, 운영사인 캐나다 봄바디어와 법정 다툼으로 3년간 운행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용인시는 국제중재재판에서 패소해 7786억원(이자포함 8500억여원)을 물어줬고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사업계약을 변경했다. 이후에도 적자는 계속됐다.

이에 안씨 등 주민들은 지난 2013년 10월 용인시가 이정문·서정석·김학규 전 시장 등 책임자들에게 배상 책임을 물으라며 주민소송을 냈다. 이들은 이 전 시장이 공사비 등을 과다 지출하고 운영사와 협상을 제대로 하지 않았으며, 분당선 연장을 늦췄다는 등의 책임을 주장했다.

서 전 시장에 대해서는 운영사에 추가 사업비를 부담하도록 협상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김 전 시장에 관해서는 운영사에 사업비를 과도하게 보장하고 재가동 업무대금을 지급했다며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김 전 시장의 보좌관이었던 박씨는 용인시의 국제중재재판 소송 대리인으로 특정 법무법인이 선정되게 해 시에 손해를 입히고 경력이 없는데도 보좌관으로 선발됐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용인시와 용역계약을 맺고 수요예측 조사를 한 한국교통연구원의 책임도 거론했다.

1심과 2심은 김 전 시장과 박씨 등 일부의 책임만 인정하고, 다른 전직 시장이나 한국교통연구원 등의 책임은 주민감사 청구에 포함돼 있던 게 아니라는 등의 이유로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봤다.

1심은 “박씨는 용인시와 용인경전철과의 법적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법무법인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위법하게 개입해 이미 유죄를 받았다”라며 “김 전 시장은 직원 관리를 소홀히 해 높은 가격의 법무법인 선정 비용을 제시한 결과를 초래했다”며 용인시가 이들을 상대로 5억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라고 했다.

2심은 “김 전 시장은 자격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박씨를 정책보좌관으로 임명하고 경전철 운영 활성화 프로젝트팀의 실질적인 의사결정을 일임한 것과 관련해 과실이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면서도 “김 전 시장이 직접적으로 법무법인 선정에 개입하거나 그 선정 과정의 위법을 알면서도 묵인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박씨에 대해서만 용인시가 A법무법인에 지급한 착수금 15억원에서 다른 법무법인이 제안한 착수금 4억7500만원을 제외한 10억2500만원을 지급하도록 소송을 제기하라고 선고했다.

용인 = 장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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