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SF 대상 ‘비틀리스’
고도로 자동화된 100년 후 사회에서 인간과 인공지능(AI)의 미래를 건 거대한 싸움이 펼쳐진다. 일본 SF 대상·성운상 후보작이다.
이 소설은 일본 작가 하세 사토시의 야심작으로 AI가 인류를 넘어선 지 오래인 22세기에 평범한 소년이 정체 불명의 인간형 로봇과 만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렸다. AI란 테마를 다뤄온 저자는 인간과 같은 형태를 한 기계의 유도에 인간의 행동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아날로그 핵(Analog Hack)’이란 개념을 창안해 이야기에 흥미진진하게 녹여 냈다.
각기 다른 미래상을 지향하는 안드로이드들이 벌이는 긴박한 싸움 속에서 흔들리는 미숙한 소년의 시점을 통해, 노동과 서비스를 인공지능에 위탁한 미래 사회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갈등과 양상이 다층적으로 드러난다. 김진아· 박춘상 옮김,  1184쪽, 황금가지, 2만2400원.

 

◇ 추리소설 ‘그리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   
다섯 명 모두가 사망하는 순간, 비로소 사건이 시작된다.  추리소설의 새 지평을 연 데뷔 5년 차의 신예 시라이 도모유키의 소설이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유품으로 남긴 원고를 자신의 것으로 발표해 유명세를 얻은 추리작가 ‘오마타 우시오는 어느 날 자신의 팬이라는 한 여성의 연락을 받고 설레는 마음으로 그녀를 만난다.
즐거운 시간도 잠시, 실수로 그녀에게 치명상을 입힌다.  그녀는 목이 베이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멀쩡한 모습으로 일어나 모습을 감춘다. 며칠 후, 그녀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뉴스가 나온다. 9년 후, 작가로서의 삶은 잊고 밑바닥 인생을 살던 우시오에게 초대장이 날아든다. 복면 작가로  알려진 유명 추리작가가 데뷔 20년을 기념해 후배 작가들을 자택에 초대했다. 외딴섬에 있는 천성관을 찾은 추리작가는 우시오를 포함해 다섯 명을 초대한 복면 작가는 보이지 않고 기분 나쁜 진흙 인형 다섯 개만 식탁에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추리작가들은 모두 9년 전 죽은 한 여성과 관련이 있다는 공통점을 찾는다. 해가 저물자 예정된 듯 첫 살인이 발생한다. 구수영 옮김,  392쪽, 내친구의서재, 1만5000원.

 

◇ 머더봇 다이어리: 인공 상태 
살인봇’의 일기는 연속극에 푹 빠져 지내는 생활을 고백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살인봇은 자신에게 명령을 내리는 지배모듈을 해킹한 뒤로 대량 학살자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곧 위성으로부터 연속극과 음악, 책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인간 학살 대신 문화생활을 선택한다. 자의식을 가졌다는 사실을 숨긴 채 외계 행성 탐사대와 보안 계약을 맺어 일은 하고 있지만, 임무는 지루하고 정신은 딴 데 팔려 있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저자 마샤 웰스는 ‘라크수라의 책Books of the Raksura’ ‘아이레 리엔Ire-Rien’ 등 굵직한 판타지 소설 시리즈로 이름을 알리고, ‘머더봇 다이어리 시리즈’로 2년 연속 휴고상, 네뷸러상, 로커스상을 휩쓸며 전 세계 SF 팬들을 열광케 한 작가다.고호관 옮김, 228쪽, 알마,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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