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취학 자녀를 둔 육아 부부는 자녀가 없는 이들에 비해 직장 업무나 가사노동 등 '의무시간'에 일 평균 2시간 이상을 더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여가시간은 2시간 가량 적었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생활시간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기준 미취학 자녀가 있는 부모의 평균 의무시간(일·가사노동·학습·이동시간)은 하루 9시간41분으로 나타났다. 미취학 자녀가 없는 부모(7시간26분)에 비해 2시간12분 더 길다.

반면 '여가시간'(교제 및 참여·문화 및 관광·미디어 이용·스포츠 및 레포츠·기타시간)의 경우 미취학 자녀를 둔 부모가 3시간9분으로 자녀가 없는 부모(5시간3분)에 비해 1시간54분이나 짧았다.

수면·식사·개인유지시간 등 '필수시간'은 미취학 자녀를 둔 부모가 11시간13분으로, 자녀가 없는 부모(11시간32분)에 비해 19분 적었다.

미취학 자녀를 둔 부모의 여가시간은 5년 전보다 10분 더 줄었지만 의무시간은 변화가 없었다. 미취학 자녀가 없는 부모의 의무시간이 20분 줄고 여가시간이 2분 늘어난 것과 반대다. 과거보다 여유가 더 없어졌다는 얘기다.

결혼 여부로 보면, 기혼자의 의무시간이 7시간58분으로 미혼자(7시간5분)에 비해 53분 더 길었다. 역시 여가시간은 4시간35분으로 미혼자(5시간10분)에 비해 35분 짧았다.

필수시간은 기혼자 11시간27분, 미혼자 11시간45분으로 나타났다.

어린 자녀가 없거나 미혼자일수록 잠은 더 많이 자고 일이나 집안일을 덜 하는 셈이다.

특히 학력이 높을수록 의무시간은 길고 필수시간과 여가시간은 짧은 것으로 조사됐다. 의무시간의 경우 대졸 이상(8시간24분), 고졸(7시간47분), 중졸(6시간40분), 초졸 이하(5시간19분) 순이었다. 반대로 여가시간은 초졸 이하(6시간31분)가 가장 길었고 대졸 이상(4시간15분)이 가장 짧았다. 상대적으로 저학력자 중에 고령층 비중이 높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별로 보면 의무시간이 가장 긴 곳은 세종(8시간1분)이었고 가장 짧은 곳은 부산(7시간10분)이었다. 여가시간이 가장 긴 곳은 전남(5시간15분)이었고 가장 짧은 곳은 울산(4시간24분)이었다.

그밖에도 작년 한국인들이 뽑은 '가장 기분 좋은 행동' 1위는 식사하기(13.4%)로 나타났다. 2위는 대면교제(8.2%), 3위는 실시간 방송 시청(5.5%) 등으로 나타났다. '가장 기분 좋지 않은 행동' 1위는 법인 일(12.5%)였고 2위는 가계비법인 일(7.0%), 3위는 출근(5.4%)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성인(19세 이상) 남자의 평일 가사노동시간은 하루 48분 꼴로, 5년 전보다 9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 여자의 경우 3시간10분으로 조사됐다. 5년 전보다는 12분 감소한 것이다.

이같은 수치는 다른 조사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우리나라 남자들의 가사노동 시간은 과거보다 늘어났지만 서구 국가들에 비해선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통계청이 제공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15~64세 기준 가정관리 시간 국제비교 자료에 따르면 한국 남자는 집안일에 39분을 쓰고 있었다. 2014년 29분보다 10분 늘어났다.

반면 미국 남자의 경우 2018년 1시간31분이었다. 영국(2014~2015년)은 1시간38분, 캐나다(2015년) 1시간54분, 네덜란드(2016년) 1시간46분 등으로도 나타났다. 반면 일본의 경우 2016년 기준 29분에 불과해 우리나라보다 더 낮았다.

남녀 간 집안일 시간 차이도 우리나라는 1시간46분으로 미국(1시간), 영국(1시간10분), 캐나다(49분), 네덜란드(54분) 등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었다. 일본은 남녀 간 격차가 2시간34분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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