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는 날이 따스한 봄날이면 좋겠다는 그런 소망은 없다. 나는 결코 꿈꾸듯 잠자듯 죽기를 바라지 않는다. 되도록 정신을 똑바로 차릴 것이다. ‘아, 내가 이제 죽는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곁에 있는 사람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눌 것이다. 나 먼저 간다. 잘 살다가 오너라. 그동안 참 좋았다. 고마웠다. 잊지 않으마. 그런 말을 하며 떠나고 싶다.’
문학인생 반세기를 맞은 국민 ‘풀꽃’ 시인 나태주의 신작 산문집 ‘부디 아프지 마라’가 출간됐다.
현재 한국시인협회장을 맡고 있는 나태주 시인은 대표 작품 ‘풀꽃’을 비롯해 동심의 마음으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감동과 가치를 전하는 작품 활동을 벌여왔다.
이번 산문집은 그간 봐왔던 나태주 시인의 시상(詩想)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나태주 시인이 십여년 전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극적으로 돌아온 뒤 느낀 진정한 인생의 의미, 지난 생애에 대한 회고, 인생에서 가장 소중했던 것 등을 솔직한 문체로 담고 있다.
‘순간이 영원이고 영원이 또 순간이란 걸 놓치지 말아야 하는데 그걸 자주 놓친다. 나의 글들은 모두가 그날그날의 일기이면서 어떤 의미에서는 짧은 형식의 자서전이다. 버킷리스트. 세상에서 해보고 싶은 일들의 목록. 날마다의 삶은 버킷리스트의 실천이고 날마다의 글은 또 그것들의 기록이다.’
나태주 시인의 산문집 ‘부디 아프지 마라’는 시인이 살면서 겪고 닦은 ‘인생철학서’라고 할 수 있다.
시인이 공주풀꽃문학관정원을 돌보며 깨달은 자연에 대한 감사함, 또 거기에서 되새긴 죽음에 대한 깨달음, 살아오면서 자신이 품었던 꿈들, 그것을 얼마나 이룬 삶이었는지 등을 언급한다.
시인은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을 어떻게 스스로 보듬어 안고 갈고 닦느냐에 달렸다고 말한다. ‘풀꽃’이 실상 아름답지 않은 것을 아름답게 보려고 노력하는 마음을 담은 시였던 것처럼.
나태주 시인은 시가 아플 때 병과 상처를 치료하는 약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사람들에게 고통, 슬픔, 실패, 불행, 고난 등 감정적 아픔과 위기를 보듬는 필수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인은 이런 시와 시인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이런 역할을 하는 시와 시인이, 나태주 시인이 꿈꾸는 시와 시인이라고도 했다. 312쪽, 시공사,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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