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동안 학대를 받으며 명의도용 피해까지 당한 중증 지적장애인이 경기북부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도움으로 부당하게 부과된 세금 1억여 원을 취소 처분받았다. 
6일 경기도에 따르면 경기북부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최근 세무서를 상대로 제기한 중증 지적장애인 A씨의 부가가치세·종합소득세 부과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서 직권취소 조정안이 성립돼 A씨에 대한 세금 부과 처분이 취소됐다.
A씨는 지난 2010년부터 2017년까지 7년 동안 경기지역의 한 야채가게에서 일하면서 급여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고용주 부부로부터 폭행·폭언 등 학대를 받아왔다. 
그는 “시키는 대로 일을 하면 장가를 보내주고 집도 사주고, 월급을 주겠다”는 야채가게 사장 B씨의 말에 속아 일을 시작했고, 난방도 되지 않는 방에서 B씨 부부가 먹다 남은 음식을 먹으며 살았다. 
기관은 2017년 4월 지인의 신고로 A씨에 대한 상담을 진행했고, 같은 해 5월 긴급 분리 조치했다. 
A씨를 학대해온 B씨는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벌금 500만원,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또 준사기 등의 혐의로 B씨에 대해 징역 1년6월, 배우자 C씨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2010~2017년 미지급 임금 등 1억5700만원이 편취금액으로 인정됐다. 
이와 함께 B씨 부부가 도용한 무선이동통신결제단말기 11대와 미납금 70여만원도 통신사에 명의도용에 대한 신고로 미납요금 취소 처리됐다. 
기관은 이후에도 A씨에 대한 상담을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A씨가 2014년 2월 명의를 도용당해 유흥업소 2곳 사업자로 등록돼 관할 세무서로부터 1억여 원의 세금이 부과된 사실을 확인했다.이 사건은 B씨와 관계 없이 A씨가 서울에 갔다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사건이 장애인에 대한 경제적 착취라 판단, 강성구 자문변호사를 통해 세무서를 피고로 하는 공익소송을 제기했다.
기관과 강 변호사는 A씨가 한글을 알지 못하고, A씨 가족도 지적장애와 시각장애로 세금고지서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점, 장애인의 자기방어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처분은 무효라는 점 등을 들어 세금 부과 처분 취소 판결을 끌어냈다.
강성구 변호사는 “사회적 약자로서 보호받아야 할 장애인의 권리에 대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이번 소송은 추후 장애인이 방어권을 보장 받을 수 있는 좋은 판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영희 경기북부장애인권익옹호기관 관장은 “이번 사건 외에도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장애인이 경제적 착취 등의 불이익을 받고 있는 수많은 사건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권리를 구제받지 못하고 있는 장애인에 대해 국가나 사회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북부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장애인의 차별 상담과 학대신고를 접수하고 피해자에 대한 법률, 의료 등 다양한 지원을 담당하는 장애인학대전문기관이다. 누구든지 장애인의 차별과 학대가 의심될 경우 ☎1644-8295로 신고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유광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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