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 뒤에는 더 아름다운 것들이 숨어 있거든”
시인이자 산문가인 민병일이 ‘모든 세대를 위해 쓴 동화 ‘바오밥나무와 방랑자’는 시적 영감으로 가득한 이야기와 사유의 문장들을 통해 꿈과 상상력을 잃어버린 현대인을 때로는 비판적으로, 때로는 따뜻한 위로의 시선으로 그리면서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 그러나 잊히거나 상실한 것들, 그리하여 보이는 것 뒤에 숨어 있는 더 아름다운 것들을 불러낸다.
이 책에서 인격화된 주인공 바오밥나무는 높이 20m, 둘레 40m에 이르며 하늘을 떠받치듯 우뚝 솟아 5000 년을 사는 신비한 나무다.
이 나무는 삶의 무게에 짓눌려 고단하고 상처 입은 방랑자들, 깊은 절망에 빠져 고독하게 길 헤매는 방랑자들에게 수천 년을 살아오며 터득한 지혜를 건넴으로써 위로와 더불어 다시 살아갈 힘과 용기를 북돋는다.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고독한 방랑자의 여행을 떠나거나 방랑자의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아간다.
‘나미브사막에서 온 물구나무딱정벌레’ 속 젊은이는 모든 일에 실패하고 인생에 절망하여 마지막 여행을 떠나고, ‘곡예사 야야 투레와 샤샤’의 곡예사는 잃어버린 나를 찾기 위해 여행길에 나선다.
‘질스 마리아 숲 절벽에서 만난 글뤽 할아버지’에서는 삶이 나를 속인다는 생각에, 타인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좌절 깊은 마음에, 삶으로부터 도망치듯 떠나온 사람도 있다.
이 책에서 바오밥나무는 길 떠나온 외로운 방랑자들에게 말을 건네고 그들과 인생을 가장 아름답게 만드는 여행과 꿈 이야기 하는 걸 좋아하는, 그들의 가장 친한 친구로 등장한다.
그들은 버려진 꿈을 모으는 방랑자, 지진으로 쓰러진 나무들을 찾아다니는 목수, 사막에서 방랑 중인 집시 여인부터 엉겅퀴 홀씨와 자벌레, 물구나무딱정벌레까지 다양하고 여행의 이유와 목적도 제각각이지만, 그들 모두에게는 말 건네기의 달인이란 공통점이 있다.
3부로 구성된 이 책에는 글 24편과 그림 32점의 그림이 담겼다. 독일 함부르크 국립조형예술대학에서 시각예술을 전공한 저자는 이 동화에 직접 그림을 그려 넣었다. 230쪽, 문학과지성사,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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