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설순치후(牙舌脣齒喉)’는 ‘아음·설음·순음·치음·후음’의 준말이다. 중국 전통 음운학에 있어서 다섯 종류의 발음 부위를 지칭하는 말로 ‘5음’ 또는 ‘5성’이라고 하며, 반설음(ㄹ)과 반치음(ㅿ)을 합해 ‘7음’ 또는 ‘7성’이라고도 한다.
훈민정음에서 말하는 ‘아설순치후’는 초성이다. 즉, 아음(어금닛소리)는 ‘ㄱㄲㅋㆁ’이고, 설음(혓소리)는 ‘ㄷㄸㅌㄴ’, 순음(입술소리)는 ‘ㅂㅃㅍㅁ’, 치음(잇소리)는 ‘ㅈㅉㅊㅅㅆ’, 후음(목구멍소리)는 ‘ㆆㅎㆅㅇ’이다. 
‘ㄱㄲㅋㆁ, ㄷㄸㅌㄴ, ㅂㅃㅍㅁ, ㅈㅉㅊㅅㅆ, ㆆㅎㆅㅇ’의 순서는 세종대왕이 ‘어제훈민정음’ 편에서 ‘아설순치후’의 순서에 맞춰 배열한 것이다. 오늘날 ‘ㄱㄴㄷㄹㅁㅂㅅㅇㅈㅊㅋㅌㅍㅎ’의 순서와 달라 당황할 수도 있겠지만, 철저히 ‘아→설→순→치→후’의 순서에 따른 것이다. ‘ㄱㄴㄷㄹㅁㅂㅅㅇㅈㅊㅋㅌㅍㅎ’의 경우 ‘아→설→반설(ㄹ)→순→후→치→아→설→순→후’로 중종 때 최세진의 ‘훈몽자회’ 이래 순서가 일부 틀어졌다.
훈민정음해례 편 2장에서 “무릇 사람이 소리를 가지고 있음은 5행에 근본을 둔 것이다.(夫人之有聲本於五行)”라고 밝혔듯, 초성 ‘아설순치후’는 음양오행의 ‘5행’에 바탕을 둔 소리이다. 그리고 그 5행의 순서는 <사진①>에서처럼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라는 10개의 천간에서 표현된 ‘목화토금수’의 순서이다. 10천간에서 ‘목(木: 甲은 양목, 乙은 음목)’을 맨 처음으로 정한 것은, 눈에 드러나는 것을 기준으로 하였음이다. 초목의 ‘싹’이 새로 돋아 나오는, 즉 ‘움트는’ 모습은 기운이 새롭게 일어나는 시작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청기(淸氣)’는 양(陽)이고 ‘탁기(濁氣)’는 음(陰)이다. 고로 훈민정음 ‘청성(淸聲)’인 ‘전청(全淸)’과 ‘차청(次淸)’ 소리는 ‘양’에 해당하고, ‘탁성(濁聲)’인 ‘전탁(全濁)’과 ‘차탁(次濁)=불청불탁(不淸不濁)’은 ‘음’에 해당한다. 따라서 <사진①>에서처럼, ‘아설순치후’의 초성들은 5행에서 나아가 10천간과도 대응한다.
즉, 아음의 청성(ㄱㅋ)은 양목인 ‘갑(甲)’, 아음의 탁성(ㄲㆁ)은 음목인 ‘을(乙)’, 설음의 청성(ㄷㅌ)은 양화인 ‘병(丙)’, 설음의 탁성(ㄸㄴ)은 음화인 ‘정(丁)’, 순음의 청성(ㅂㅍ)은 양토인 ‘무(戊)’, 순음의 탁성(ㅃㅁ)은 음토인 ‘기(己)’, 치음의 청성(ㅈㅅㅊ)은 양금인 ‘경(庚)’, 치음의 탁성(ㅉㅆㅿ)은 음금인 ‘신(辛)’, 후음의 청성(ㆆㅎ)은 양수인 ‘임(壬)’, 후음의 탁성(ㆅㅇ)은 음수인 ‘계(癸)’에 해당한다.
한편, ‘5음(五音)’ 또는 ‘5성(五聲)’이란 용어는 음운학에서의 ‘아설순치후’ 외에 중국 전통 음률에서의 기본 5음계인 ‘궁상각치우(宮商角徵羽)’를 뜻하기도 한다. 전통적 음계명인 ‘궁상각치우’ 또한 5행과 연계되나, 그 순서는 ‘목화토금수’가 아니다. ‘좌전(左傳)’ 소공 25년의 “五聲(오성)”에 대해 옛 성인이 배속시킨 5행과 관련하여, 당나라의 공영달은 “토는 궁(宮), 금은 상(商), 목은 각(角), 화는 치(徵), 수는 우(羽)이다”고 주석했다. 
이와 같은 ‘궁상각치우’의 5행 배속 ‘토금목화수’는 해례본에서도 동일하다. ‘아설순치후’에 대응하는 5행은 ‘목화토금수’이니, ‘아설순치후’에 맞게 ‘궁상각치우’를 재배열하면 ‘각치궁상우’가 된다. 중국 명나라의 ‘홍무정운’(1375) 서문에서도 분명히 ‘아설순치후’의 5행 순서에 맞게 ‘각치궁상우’라 명기했다.
그런데 최세진의 ‘사성통해’(1517)에 실린 ‘홍무운31자모지도’에선 여러 군데의 훈민정음 표기 실수들과 함께, ‘각치궁상우’를 ‘각치우상궁’으로, ‘목화토금수’를 ‘목화수금토’로 기재, ‘홍무정운’ 서문의 기록과 불일치한다. ‘홍무정운’은 본문 편집 시 ‘동국정운’과 달리 ‘아설순치후’의 순서대로 글자들을 배열하지 않았을 뿐, ‘아설순치후’의 5행을 ‘목화수금토’라 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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