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공단 북한산국립공원도봉사무소장 이용민
국립공원공단 북한산국립공원도봉사무소장 이용민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리 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이러한 여파는 소외계층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각종 복지 프로그램들이 중단됐고, 상대적으로 감염 위험성이 높은 환경에 노출되어있을 뿐 아니라, 안전과 직결되는 코로나19 관련 정보에서 소외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특히나 이번 코로나19 정부 브리핑을 계기로 관심을 받게 된 것이 바로 ‘농인’과 ‘수어 통역’이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정부 브리핑에 말과 자막 외에 수어는 없었다. 장애인 단체에서는 코로나19 정부 브리핑 및 메인 뉴스에 수어 통역을 제공할 것을 요구했고, 이후 정부 브리핑에는 수어 통역사가 대동하고 있다. 이 일련의 과정과 ‘#덕분에 챌린지’ 등의 이벤트는 수어가 우리 사회에서 다시금 주목받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수어는 농인이 사용하는 언어로, 손동작뿐만 아니라 얼굴 표정, 몸의 방향 등으로 구성된 시각 언어이다. 한국수어는 2016년에 국어와 동등한 대한민국 농인의 공용어로 지정되어, 현재 국립국어원 한국수어사전에는 22,834개의 단어가 수록되어있다. 그러나 이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수록된 표제어(423,172개)의 5.4%에 불과한 수이며, 특히 동·식물 분야 수어는 202개로 국어(17,242개)의 1.2%에 그쳐 그 표현에 한계가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실제로 아이들이 주변에서 흔히 접하고,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은행나무나 무당벌레와 같은 식물, 곤충조차 한국수어도감에 수록되어있지 않다. 
하나의 생물에 대해 표준화된 수어가 없다보니, 지역 또는 학교에서 필요에 따라 수어를 임의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다른 지역, 다른 학교의 학생들이 만나 서로 다른 이름을 사용하니 정확한 의사소통과 생태교육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북한산국립공원도봉사무소는 지난 4월 ‘소리를 보여주는 사람들’ 대안학교(이하 소보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농인을 대상으로 한 탐방서비스 제공을 위해 협력 중이다. 지난 6월에는 소보사 농학생을 대상으로 온라인 실시간 해설 프로그램인 ‘도봉산 라이브해설’을 진행하였는데, 자막이 아닌 수어로 만들어진 콘텐츠에 갈증으 느끼던 농학생들은 수어로 소통하는 탐방해설에 큰 호응을 보였다. 우리사무소는 앞으로도 다양한 탐방안내 동영상을 수어로 제작하여 농인들이 느낄 수 있는 답답함과 소외감을 조금이나마 해소시키고자 한다.
수어 동영상 뿐만 아니라 식물, 곤충에 대한 수어 이름을 정립하기 위한 ‘수어도감’ 제작 역시 추진 중이다. 도감은 목본, 초본, 곤충 도감으로 구성되며, 현재 북한산 및 도봉산 일대에서 계절 별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 및 곤충 90여 종이 선정되어 수어 이름 짓기가 진행 중이다. 도감에는 식물 국명, 사진, 문자 설명 뿐 아니라 수형 및 설명 동영상이 담긴 QR코드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이와 같은 시도들이 농인의 생태교육 장벽을 낮추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는 그 어느 때에도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어려움에 직면하였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도 나눔과 연대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는 때이기도 하다. 소외계층 역시 ‘나눔과 연대’에서 소외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북한산국립공원도봉사무소에서도 소외계층과 함께하는 다양한 서비스와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제공하여 장벽 없는 국립공원으로서 나아가고자 한다. 소외계층을 향한 우리의 관심과 배려가 어려움 속에서도 ‘함께’의 가치를 나누는 발판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경기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