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7일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1.3%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5월 전망치 -0.2%에서 대폭 하향 조정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제 타격이 더 커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한은은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제 충격에 대응해 사상 최저 수준인 0.5%의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한은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 이후 올해 경제전망 발표해서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5월 제시한 -0.2%에서 -1.3%로 1.1%포인트 낮춰 잡았다.5월 전망은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수가 2분기 정점에 이르고 하반기 진정된다는 전제 하에 이뤄졌다. 최근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경제 충격이 예상보다 커질 것으로 관측되자 성장률을 대폭 하향 조정한 것이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수출은 물론 민간소비, 설비투자 등 주요 경제지표가 다시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달 수출금액은 1~20일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소비도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가계가 다시 지갑을 닫을 가능성이 커졌다. 6월 소매판매지수는 전월대비 2.4% 상승했으나 소비 부진으로 다시 감소세로 전환할 수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국내에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높아지고 있어 소비가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성장률 전망치를 상당폭 낮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은의 전망치가 현실화되면 한국 경제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 이후 22년 만에 최악이자 역대 3번째 역성장을 기록하게 된다. 한국 경제가 역성장한 적은 2차 석유파동이 발생한 1980년(-1.6%), 1998년 등 두 차례 뿐이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은 2.8%로 기존 전망치(3.1%)에서 0.3%포인트 내렸다. 올해 -1%대의 역성장 충격을 딛고 내년에는 경제 성장률이 2%대로 반등할 수 있다는 얘기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올해 0.4%, 내년 1.0%로 제시됐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한은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0.5%로 동결했다. 지난 3월 금리를 연 1.25%에서 0.75%로 내리고 5월 다시 0.5%로 인하한 뒤 7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금리 동결을 택한 것이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1%대 성장률 충격이 현실화됐지만, 이미 기준금리를 낮출만큼 낮춘 한은이 추가 금리인하에 나서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기준금리 0.5%는 사실상 실질적 금리의 하한선인 ‘실효하한’에 맞닿았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부동산 주식시장 자산가격 상승도 추가 금리인하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한은이 실물경기 지원 차원에서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같은 코로나19 확산 추세에서 실물경기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한은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는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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